미국 쇠망론/토머스 프리드먼, 마이클 만델바움 지음·강정임, 이은경 옮김/21세기북스 발행·556쪽·3만5,000원
2008년 미국 금융위기를 시작으로 최근의 월가 점령시위까지, 신자유주의 시대 병리적 현상이 드러날 때마다 이 사람의 행보가 궁금했다. <렉서스와 올리브 나무> <세계는 평평하다> 등을 통해 세계화 전도사로 활약했던 미국 칼럼니스트 토머스 프리드먼. 그는 서구의 민주주의와 자유주의 가치관, 글로벌 기업의 투자와 개발이 후진국 경제 수준을 끌어올리며 세계화 시대를 맞아 이런 현상이 더 촉진될 것이라는 지극히 미국적인 입장을 예의 환상적 언변으로 대변했다. 세계는> 렉서스와>
미국의 경제 거품이 터지면서 이런 수사 역시 허울 좋은 뻥이었다고 의심받던 찰나, 그는 국제관계학 권위자인 마이클 만델바움 존스홉킨스대 석좌교수와 함께 새 책을 들고 나왔다. 지난해 9월 미국에서 발간된 이 책의 원제는 '우리가 한때 그랬다(That used to be us)'.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2010년 11월 연설("중국이 우리보다 더 발달된 철도 시스템을 구축하고 싱가포르가 우리보다 더 훌륭한 공항을 건설했다는 것은 이해가 안 된다.(…)우리가 한때 그랬다")에서 인용한 제목은 프리드먼 자신의 인지부조화를 항변하는 말처럼 들린다.
이들의 미국에 대한 진단을 한마디로 말하자면 '이래서는 곤란해요'다. 저자는 우선 미국이 당면한 4개의 과제를 꼽는다. 세계화에 어떻게 순응해야 하는지, 정보기술혁명에 어떻게 적응해야 하는지, 막대한 예산 적자를 어떻게 해결할 건지, 늘어나는 에너지 소비와 기후위기를 어떻게 관리해야 하는 지다. 이들은 이 4대 과제의 해결 방식에 따라 미국의 미래가 결정될 것이라고 강조하며 미국의 현 상황과 문제점을 열거한다. 결론은 교육, 이민정책, 연방정부의 연구개발비 축소, 정치권의 난맥상 등 미국 사회 전반에 문제점이 편재하다는 것이다.
저자들은 해결책으로 미국 사회 성장의 동력, '아메리칸 포뮬러'를 제시한다. ▦더 많은 미국인들에게 공교육 제공 ▦사회기반시설 구축과 지속적인 현대화 ▦이민자들에 대한 문호 개방 ▦기초 연구, 기초 개발에 대한 정부의 적극적 지원 ▦민간 경제활동에 필요한 규정 마련이다. 얼핏 뻔해 보이는 이 5가지 대안을 읽다 보면 '미국은 원래 그래왔지 않나?'란 생각이 든다. 저자들은 "미국의 전통적인 강점들은 사라진 적이 없다"며 20세기 미국의 팽창을 가능케 했던 전략들을 강화하라고 주문한다. "오늘날 미국이 읽어야 하는 역사서는 그들 자신이고, 그들이 재발견해야 하는 나라는 바로 미국"이라고 주장하면서.
지극히 애국적이고 미국중심적인 이 책에서 저자들의 시선이 우리와 묘하게 맞물리는 부분은 책의 후반부다. 이들은 "오늘날 미국의 문제는 정치시스템에 잘못이 있어서가 아니라 우수한 정치시스템이 적절하게 기능하고 있지 않다는 점"이라며 제3의 정당 창당을 주장한다. 보수화된 민주당과 급진적이고 무모한 공화당의 양당 구도에서 벗어나 대중과 결합해 미국 사회에 충격을 가져올 제3의 정치세력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들은 그 구심점으로 "양대 정당과 관계 없고 가능성 있는 독립적인 대통령 후보"를 말한다. 미국과 마찬가지로 선거의 해를 맞아 벌써부터 정치적 격변이 일어나고 있는 우리나라에서도 눈 여겨 볼 만한 내용이다.
이윤주기자 misslee@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