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0ㆍ26 서울시장 재보선 당시 중앙선관위와 박원순 후보 홈페이지에 대한 디도스(Ddos) 공격사건이 박희태 국회의장실 전 수행비서 김모(31)씨와 최구식 한나라당 의원의 전 비서 공모(28)씨의 공동범행이라는 검찰 수사결과가 나왔다. 의혹의 핵심인 윗 선의 개입 여부 등 더 이상의 배후 의혹에 대해선 뒷받침할 만한 증거를 발견하지 못했다는 게 검찰의 결론이다. 요약하자면 김씨와 공씨가 사전 공모해 IT업체 운영자인 강모씨 등에게 부탁해 투표 당일 새벽 공격을 하도록 했다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김씨가 공씨를 통해 1,000만원을 강씨에게 범행대가로 주었다는 것이 검찰의 설명이다.
검찰의 발표내용은 공씨의 우발적 단독범행이라는 지난달 경찰의 발표보다는 상당히 진전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국회의장 비서 김씨의 공모사실과 사전모의 과정을 밝혀냈고, 구체적인 대가가 오간 사실도 새로 드러냈다. 그러나 거기까지다. 검찰의 수사결과도 국민이 충격적인 사건을 접하고 상식적으로 생각할 수 있을 만한 수준에는 크게 미치지 못한다. 사건 성격상 관련자들의 진술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는 점을 이해한다 해도 허점이 너무 많다.
우선 비서관 정도의 사람들이 헌법기관을 공격하는 엄청난 일을 저지르게 된 동기부터 납득하기 어렵다. 정치현장의 구조나 생리를 뻔히 아는 이들이 이런 범죄로 '인정'을 받아 자리보전을 하겠다는 정도의 생각이었다는 것도 안이한 판단이다. 김씨와 강씨 둘이 얘기 끝에 우연히 뜻을 모으고도 며칠 동안 가만히 있다가 선거 전날 밤에야 실행 당사자에게 요청하고 바로 범행에 들어갔다는 모의ㆍ진행과정도 전체가 엉성하기 이를 데 없다. 결국 이들의 배후를 상정해야 합당한 그림이 나오는 사건이 비서관들의 소행만으로 축소되는 바람에 전체적으로 아주 부자연스러운 모양새가 됐다.
이 사건은 헌법기관을 유린한 전례 없는 국기문란 사건이다. 한마디로 이런 수사결과로는 대학생 시국선언까지 이어지는 이 상황에서 어떤 국민도 납득시키기 어렵다. 결국 특검을 통해 분명한 진상 규명을 기대할 수밖에 없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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