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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와 사람/ 음악계 월드스타 세네갈 '대선무대'에 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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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와 사람/ 음악계 월드스타 세네갈 '대선무대'에 서다

입력
2012.01.06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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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중국 프랑스 등 세계 20여개 주요국에서 최고 지도자를 선출해 '선거의 해'로 불리는 2012년. 전 세계 언론은 이들 주요국의 정국변화가 몰고 올 세계의 권력향배와 경제위기 해소 여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그러나 이런 거물급 국가들의 선거보다 더 세계 음악계가 주목하는 선거가 있다. 다음달 26일 치러지는 아프리카 대륙 서쪽의 세네갈 대선이다.

세네갈 대선에는 3선을 노리는 압둘라예 와데(85) 대통령에 맞서 20여명의 후보들이 경쟁적으로 대권 도전에 뛰어들었는데, 음악계의 월드스타인 유수 은두르(52)가 가세하면서 대선 열기는 후끈 달아오르고 있다.

현직 대통령에 도전장 낸 월드스타

은두르는 2일 자신이 소유한 미디어그룹 퓨처 미디어스의 라디오와 TV 방송을 통한 출마 선언에서 "오랫동안 많은 사람이 대선에 출마하라고 권유했다"며 "이제 그들의 요구에 응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자신의 출마 선언이 유명세를 발판으로 권력을 잡기 위한 행동으로 비치는 것을 경계한 것이다.

1960년 프랑스에서 독립한 세네갈은 아프리카에서는 드물게 군부 쿠데타 없이 정치적 안정을 누려왔다. 그러나 3선을 노리는 와데 대통령의 '꼼수'에 야당과 시민단체가 반발하면서 수개월 동안 정국이 경색돼 왔다.

2000년 7년 임기의 대통령에 선출된 와데는 2007년 임기를 5년으로 줄이는 개헌을 통해 다시 권력을 장악한 뒤 이듬해 다시 바로 임기를 다시 7년으로 연장하는 개헌을 강행, 장기 집권의 야욕을 드러냈다. 득표율 50% 이상인 당선 요건도 25% 이상으로 낮췄다. 신설된 부통령직은 와데 대통령이 자신의 아들 카림을 위해 만든 것이라는 의혹이 파다하다.

은두르는 "와데 대통령의 행태는 3선 연임을 금지한 헌법 규정 위반"이라고 비판하며 자신의 진정성을 유권자들에게 호소하고 있다. 은두르는 "고등교육은 받지 못했지만 전세계를 다니며 책에서 배울 수 있는 것 이상을 얻었다"며 "지금껏 10%의 영감과 90%의 노력으로 살아왔다"고 강조했다.

뉴욕타임스가 세계에서 가장 위대한 가수 중 한 명으로 꼽을 정도로 음악계의 거성으로 이름을 날린 은두르는 예전에도 현실정치에 깊이 관여해 왔다. 1985년에는 넬슨 만델라 전 남아프리카공화국 대통령의 석방을 위한 콘서트를 개최했고, 구호 모금을 위한 콘서트도 수십 차례 열었다. 유엔아동기금(UNICEF)의 자선 대사로도 활동한 은두르는 지난해 소말리아의 기근 사태를 외면한 아프리카의 지도자들을 공개적으로 비판해 주목 받았다.

음발락스(mbalax)의 선구자

12세에 활동을 시작했을 정도로 음악 신동이었던 은두르는 그리오(griot)였던 어머니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 그리오는 역사와 신화를 노래로 전해주는 전승시인을 말한다. 음악적 자양분을 어머니로부터 물려 받은 것이다.

1980년대 중반 사이먼 앤 가펑클의 폴 사이먼, 스팅, 피터 카브리엘 등 세계적인 팝 스타들과 공동으로 작업하며 국제무대에 알려진 은두르는 음발락스(mbalax)의 선구자로 불린다. 음발락스는 세네갈 전통음악에 재즈와 소울 등을 섞어 발전시킨 음악이다.

스웨덴 가수 네네 체리와 함께 부른 듀엣곡 '세븐 세컨즈'(7 Secondsㆍ1994)로 국제무대에 '검은 돌풍'을 일으킨 은두르는 2005년 발표한 음반 '이집트'로 그래미 월드뮤직앨범상을 거머쥐었다. 음악전문 롤링스톤지는 다섯 옥타브를 넘나드는 가창력과 호소력 짙은 은두르의 목소리를 '아프리카의 역사가 담긴 듯하다'고 극찬했다.

유명세가 곧 당선은 아니다

유명세나 그간의 이력으로 볼 때, 전문가들은 은두르의 당선 가능성을 꽤 높게 보고 있다. 런던대 아시아ㆍ아프리카 연구소(SOAS)의 카를로스 오야 교수는 "세네갈에서 은두르는 유명 가수 이상의 상징적 존재"라며 "세네갈 국민의 존경을 받는 그는 와데 대통령을 충분히 낙마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오야 교수는 또 "기존 정치권과 거리가 있고 서민적인 배경을 지닌 인물이란 점도 유권자들을 매료시킬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과거의 사례들은 유명세가 곧 선거 승리로 이어지지 않음을 보여준다. 1999~2004년 유럽의회 의원을 지낸 아일랜드 팝스타 다나 로즈메리 스캘런은 지난해 두 번째로 대권에 도전했지만 6위에 그쳤고, 영국의 유명 그룹 블러의 드러머인 데이브 로운트리는 의회 선거에 나섰다가 쓴 잔을 마셨다.

여론조사기관 미첼 리서치의 스티브 미첼은 "정치와 선거에서 유명세가 도움이 되는 것은 틀림 없는 사실"이라면서도 "진정성과 정치에 대한 이해가 전제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명성과 부'라는 든든한 버팀목을 갖췄어도 유권자의 마음을 움직이는 감동을 줄 수 있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이성기기자 hangi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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