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도 역시 대세는 이세돌인가. 지난해 비씨카드배, 춘란배, 올레배 등 굵직굵직한 국내외 기전을 휩쓸어 국내 바둑계 최우수 선수(MVP)로 선정된 이세돌이 새해 벽두부터 최철한, 이창호 등 강자들을 잇달아 제치고 다시 정상을 향해 거침 없는 연승 질주를 시작했다.
이세돌은 2일 새해 첫 대국으로 치러진 KBS비둑왕전 본선에서 국수 타이틀 보유자이자 국내 랭킹 3위인 최철한을 물리친 데 이어 이튿날 벌어진 맥심커피배 입신최강전 본선 16강전에서는 난적 이창호를 제치고 산뜻하게 출발했다.
이세돌은 지난 수 년간 국내외 기전에서 잇달아 우승하며 세계 정상에 우뚝 섰으나 유독 이창호와의 맞대결에서는 그다지 성적이 좋지 않아 명실상부한 세계 최강이라 불리기에는 약간의 아쉬움이 남아 있었다. 그러나 작년 말에 벌어진 올레배 결승 5번기서 이창호를 3 대 1로 물리치고 우승한 데 이어 새해 첫 맞대결에서 다시 승리함으로써 통산 상대 전적도 29승 32패로 거의 대등한 수준에 이르렀다. 더욱이 대국 내용면에서도 자신의 주특기인 빠르고 정확한 수읽기로 이창호를 완벽하게 제압하는 모습을 보여 이제는 완전히 이창호를 극복한 것 같다는 평가를 받았다.
지난해 상금 수입 7억원을 돌파한 이세돌이 새해 벽두부터 최철한 이창호등 강자들을 잇달아 제치고 거침 없이 연승 질주를 시작했다.
1억이상 14명 사상 최다
한편 이세돌은 지난 한 해 동안 각종 국내외 기전에서 7억7,400여만원을 벌어 들여 국내 프로기사 가운데 상금 랭킹 1위를 기록했다.
한국기원에 따르면 이세돌은 지난해 비씨카드배(상금 3억원)와 춘란배(15만달러), 올레배(1억원) 원익배 십단전(5,000만원) 우승을 비롯, 국내외 기전에서 모두 7억7,446만1,590원의 상금 수입을 올렸다. 이세돌은 2010년에도 5억8,000만원의 상금을 획득해 상금 랭킹 1위를 차지했다.
상금 랭킹 2위는 4억1,800만원을 획득한 19살 소년강호 박정환이 차지했다. 박정환은 후지쯔배(1,500만엔)와 GS칼텍스배(7,000만원), KBS바둑왕전(2,000만원)에서 우승했고 비씨카드배 4강(3,000만원)에 올랐다.
지난해 국내기전에서 세 차례 우승한 최철한이 4억1,000만원으로 3위에 올랐고 삼성화재배서 우승한 원성진이 2억7,000만원으로 4위, 하이원리조트배 명인전 2연패를 달성한 박영훈이 2억3,000만원으로 5위, 2011한국바둑리그에서 13승1패로 맹활약을 하며 팀을 우승으로 이끈 포스코LED 주장 강동윤이 1억8,000만원을 벌어 6위에 올랐다.
반면 2010년 상금 랭킹 2위였던 이창호는 1억5,600만원으로 7위에 그쳤다. 이창호는 2001년 국내 프로바둑 사상 처음으로 상금 수입 10억원을 돌파했고 그동안 무려 10차례나 상금 랭킹 1위를 차지했지만 지난해 국수전 올레배 등에서 잇달아 준우승에 머무르며 22년 만에 처음으로 무관으로 전락하는 등 성적 부진으로 인해 상금 수입이 크게 줄었다. 이밖에 8위는 1억4,500만원의 수입을 올린 김지석, 9위는 1억4,400만원의 목진석, 10위는 1억3,200만원을 번 이영구가 각각 자리했다.
상금 랭킹 11위에서 14위를 기록한 허영호, 백홍석, 조한승, 안국현 까지 모두 14명이 지난해 상금 수입 1억원을 돌파했다. 15위에 오른 김정현도 1억원에서 300여만원이 모자란 9,692만원을 벌어들여 억대 연봉에 가까운 수입을 올렸다. 연간 상금 수입이 1억원을 넘는 프로기사가 14명이나 나온 건 국내 프로바둑계에서 처음 있는 일이다.
여자 기사 중에서는 궁륭산병성배서 우승했고 정관장배 최종국에서 중국 주장 루이나이웨이를 꺾고 한국에 우승을 안긴 박지은이 7,500만원으로 가장 많은 상금 수입을 올렸다.
한편 지난 한 해 동안 국내외 기전에서 국내 프로기사 262명이 벌어들인 상금 총액은 63억8,767만원으로 1인당 평균 2,438만원 꼴이었다.
이창호 9위로 내려앉아
이세돌이 새해에도 변함 없이 랭킹 1위를 유지했다. 6일 한국기원이 발표한 1월 국내 프로기사 랭킹에 따르면 이세돌은 지난해 12월 한 달 동안 5승1패를 거두며 랭킹점수 9,762점을 획득, 23개월 연속 1위 자리를 지켰다. 앞으로 한 달만 더 1위를하면 자신의 24개월 연속 1위(2007년11월~2009년 10월) 타이기록을 작성하게 된다.
2위부터 5위까지는 지난 12월 랭킹과 똑같이 박정환, 최철한, 원성진, 강동윤이 차지했고 5승1패를 기록한 김지석이 두 계단 상승, 6위에 이름을 올렸다. 7위와 8위는 조한승과 박영훈이 자리바꿈했고 1승4패를 기록한 이창호는 9위로 내려앉았다.
이밖에 지난해 한국바둑리그 포스트시즌 MVP로 선정된 신예 김정현이 17위로 다섯 계단 뛰어 올랐고 지난 9월부터 연승 행진(8연승) 중인 한종진이 일곱 계단 올라 68위가 됐다.
여자기사 중에서는 박지은이 69위로 가장 높은 순위를 기록했고 작년말에 한국을 떠난 루이나이웨이가 86위, 조혜연이 96위에 올랐다.
박영철 객원 기자 indra361@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