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사상 최대 이익을 거둔 금융지주사들이 배당 규모를 놓고 고민에 빠졌다. 외국인 주주는 고배당을 기대하는 반면 금융당국은 고배당을 자제하라고 주문하고 있기 때문이다.
6일 금융권에 따르면 신한ㆍKBㆍ우리ㆍ하나 등 금융지주사 4곳은 작년 당기순이익 규모가 윤곽을 드러내자 얼마 정도를 주주에게 배당하는 게 적절할지에 대한 논의에 들어갔다.
주주들의 배당 기대감은 어느 때보다 크다. 금융정보제공업체 에프엔가이드에 따르면 4대 금융지주사의 작년 당기순이익은 ▦신한금융 3조1,989억원 ▦KB금융 2조6,950억원 ▦우리금융 2조2,264억원 ▦하나금융 1조3,964억원 등 사상 최대치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금융지주사들은 특히 외국인 투자자들의 눈치를 보고 있다. 일반적으로 외국인 주주들은 국내 투자자들보다 높은 배당수준을 추구하는 성향이 강한데, 현재 금융지주사의 외국인 지분율은 ▦하나금융 69% ▦KB금융 63% ▦신한금융 60% ▦우리금융 21% 등으로 우리금융을 제외하면 모두 60%를 상회한다.
그렇다고 금융지주사들이 외국인 입맛에 맞춰 배당을 늘릴 수도 없다. 금융당국은 이익을 배당으로 나눠주기 보다는 불확실한 올해 경제상황에 대비, 내부 유보하는 게 바람직하다는 입장이기 때문이다.
금융지주사들은 당국의 권고를 수용하는 분위기다. 어윤대 KB금융 회장은 최근 "작년 배당액이 워낙 적었던 만큼 배당을 늘리긴 하겠지만 당국 가이드라인에 맞추겠다"고 했고, 우리금융과 신한금융도 고배당보다는 해외 진출이나 위기 대비 등을 위한 이익의 내보 유보에 무게를 싣고 있다. 하나금융도 예년의 배당 수준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권경성기자 ficcione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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