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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에서] 교사가 바로 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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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에서] 교사가 바로 서야 한다

입력
2012.01.06 11: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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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여년 전 중ㆍ고교 시절에는 왕따와 폭력이 이 정도로 심하진 않았다. 어린 마음에 힘이 세다는 것을 과시하기 위해 거들먹거리거나, 지금 생각하면 턱도 없는 모험담을 늘어놓는 정도였다. 영 마음에 안 드는 녀석이 있으면 방과 후 교실 뒤나 학교 뒷산에서 급우들이 보는 가운데 그때 말로 '원 터치'로 한 판 붙는 게 가장 심했던 것 같다. 싸울 때는 무섭게 싸웠지만 승부가 나면 뒤끝은 없었다.

대구 중학생 자살 사건을 보면서 요즘 학생은 그 때 우리와는 다르다는 생각을 절감했다. 점점 메말라 가는 어른들 세상이 어린 학생들의 심성에까지 영향을 미쳤을 것이다.

워싱턴 특파원으로 미국에서 3년 동안 체류하면서 그 곳 학교생활에 놀란 적이 한 두 번이 아니지만, 그 중에서도 '여기가 학교야, 군대야'라고 놀랄 정도로 엄격했던 규율이 가장 생각난다. 두 아이가 다닌 초등학교와 중학교에서 다른 친구에게 손찌검을 한다는 건 상상할 수 없다. 기껏해야 공부만 하고 놀 줄은 모른다는 뜻의 'nerd'라고 놀리는 정도다. 마음에 들지 않으면 서로 얘기 안 하면 그만이다. 한국과 일본에서 쓰이는 왕따나 이지메의 영어식 표현을 들어본 적이 없다.

그러다 보니 교사가 학생에게 내리는 벌칙도 수업 중에 화장실을 못 가게 한다든지, 교실 밖으로 10분 동안 내쫓는다든지, 남들 노는 휴식시간에 숙제를 하도록 한다든지 하는 게 고작이다. 서너 차례 경고했는데도 안 들으면 2일~1주일 동안 학교를 못 오게 하는 정학이 가장 엄중했다.

인상적이라고 말한 것은 벌칙의 강도가 아니라 아무리 사소하더라도 잘못은 철저히 따지고 응당한 벌을 받도록 한다는 점 때문이다. 학생들에게 매를 들지 않는 건 우리와 같지만 그렇다고 얼렁뚱땅 넘어가는 법은 절대 없다. 복도에서 뛰면 정확하게 뛰기 시작한 곳으로 다시 보내 걸어오게 하고, 누구를 기다린다거나 할 때는 '스톱' 사인이 적힌 곳에서만 서 있도록 했다. 식당이나 다른 교실로 갈 때 도토리 같은 어린 학생들이 마치 군인처럼 복도 양쪽에서 한 줄로 일사불란하게 오가는 모습은 지금도 잊혀지지 않는다. 스쿨버스 안에서 떠들면 5, 6학년 고학년인 순찰대(patrol)가 이름을 적어 운전기사에게 전하고, 기사는 이를 교감에게 제출한다. 학교에서의 모든 행동이 성적에 반영되는 것은 물론이다. 심지어는 1년에 수업 중 화장실 갈 수 있는 횟수까지 정해져 있다. 생리현상이지만,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주기 때문에 스스로 다스리는 버릇을 기르라는 뜻에서다. 우리처럼 쉬는 시간이라고 왁자지껄하거나 산만한 모습은 찾아볼 수 없다.

미국의 학교가 무조건 좋다는 것이 아니라 옳고 그른 것이 무엇인지 가르치고, 잘못된 것은 반드시 고치고 넘어가는 교육풍토를 배우자는 것이다. 공부는 그 다음이다. 불의와 잘못을 보고도 너희끼리 알아서 해결하라 하고, 모른 척 하고, 바빠서 그랬다고 핑계를 대는 교사는 스스로 '나는 교사가 아니다'라고 외치는 것이나 다름없다. "반에서 왕따를 모르는 사람은 담임뿐인 것 같았다"는 가해 학생의 말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미국의 부모는 교사보다 더 가차없다. 남들이 보는 공공장소라도 자식이 잘못하면 눈물이 쏙 빠지도록 혼을 내고, 그래도 안되겠으면 화장실로 끌고가 호되게 때린다. 보는 사람이 민망할 정도다. 이렇게 크니 자기를 알고 남을 알고, 사회의 규범을 알면서 자라는 것이다.

상황과 환경이 안 된다면 뜯어고쳐야 한다. 윤리와 도덕을 희생하면서 가르쳐야 할 가치는 없다. 필요하다면 체벌도 다시 생각해야 한다.

황유석 국제부 차장 aquariu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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