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베이징 올림픽 남자 10m 공기권총 본선(60발). 이대명(24∙경기도청)은 40발까지 선두를 달렸다. 그토록 바라던 꿈의 무대라 긴장조차 되지 않았다고 했다. 불행히도 딱 40발까지만 말이다. 금메달이 눈 앞에 아른거리자 이대명은 이후 신중의 신중을 기하다 번번이 사격 타이밍을 놓쳤다. 경험이 부족했다. 그는 생애 최악의 마지막 20발을 쐈다. 결과는 580점으로 전체 15위. 사격을 마친 뒤 이대명은 화장실에서 흐느끼며 "4년 뒤에는 반드시 카메라 앞에서 울겠다"고 다짐했다.
2012년이 됐다. 그 사이 이대명은 광저우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3개나 목에 걸었다. 이제는 제법 잔뼈가 굵었다. 이대명은 6일 "두 번 실수는 없다. 이제는 4년 전 실수를 '그땐 그랬지'로 웃으며 넘길 일"이라고 미소 지었다.
사색은 나의 힘
이대명은 오전 2시간, 오후 2시간 훈련을 제외하고는 대부분의 시간을 혼자 보낸다. 그는 본인의 사격 자세에 대해 차분히 생각하고 또 생각한다. 이대명은 "마음의 평정을 찾아야 '슛(Shoot)'에 대한 집중력이 생긴다. 7월까지는 온 집중력을 머리 속의 점 하나로 모은다고 생각하고 훈련한다"고 말했다.
그는 독서도 즐긴다. 최근 스포츠스타 10인의 성공 이야기를 소개한 을 읽고 이대명은 많은 것을 느꼈다고 했다. 그는 "내가 2위에 1점을 앞서고 있다고 치자. 마지막 발에 '9점만 쏘면 된다'고 생각하면 거기서부터 무너진다. 베이징 올림픽 때 내가 그랬다. 한 발에 대한 절실함이 분명해야 한다"고 했다. 사격을 통해 그는 인생도 함께 배우고 있다고 했다. 때로는 과한 자기 암시가 상대방에게 웃음거리가 되기도 한다고.
이대명은 "나만의 말로 주문을 외며 같은 길을 계속 걷곤 한다. 종종 주변 사람들이 웃으며 지나가기도 한다. 내가 나를 봐도 좀 미쳐 보일 것 같다"고 웃었다.
진종오, 멘토이자 선생님이자 라이벌
대표팀 맏형 진종오(33∙KT)는 이대명에게 우상이자 멘토이자 룸메이트이자 라이벌이다. 이대명은 "(진)종오형이 힘든 길을 잘 닦아 놓으셨다. 난 그 길을 따라서 걷기만 하면 됐다. 내 가치가 종오형 덕에 높아졌다"고 했다.
이대명은 '진종오 아바타'를 자청하며 5년 이상 그와 함께 했다. 그러다 2010년 뮌헨 월드컵 개인전에서 처음으로 진종오를 이겼다. 광저우 아시안게임에서도 '형님'을 물리쳤다. 그는 "(진)종오형이 세계 무대에서 쌓은 업적을 따라 가려면 아직 멀었다. 반드시 형을 넘고 싶다"고 힘줘 말했다.
이대명은 세계 신기록에도 도전장을 던졌다. 10m 공기권총 기록은 진종오(594점)가 갖고 있다. 개인 최고 기록이 2008년에 세운 591점인 이대명은 "내년 안에 반드시 깨고 싶다. 몸 상태만 준비되면 자신 있다. 차분히 전진하겠다"고 말했다.
단체전 금메달이 1차 목표
이대명은 런던 올림픽 금메달 가능성을 2년 전 광저우 아시안게임과 비슷하게 전망했다. 이번에도 중국과의 맞대결로 메달 색깔이 결정된다. 그는 "단체전은 중국과 싸움이다. 동료들을 믿는다. 내 몫만 하면 금메달은 충분하다. 개인전은 하늘에 맡기겠다"고 했다.
이대명은 "60발에 60개의 감정이 있다는 걸 이제야 조금씩 깨닫고 있다"며 "모든 상황을 머리 속에 그려본다. 그래야 실전에서 누구보다 냉정하게 방아쇠를 당길 수 있다"고 말했다. 완벽한 준비를 장담한 그는 그래서 이번 런던 올림픽이 더욱 자신 있다고 했다.
이대명은 '권총잡이'이다. 우스갯소리로 물어본 소총 실력에 대해서는 "형편 없다"고 했다. 그는 올 겨울 4주간 기초 군사 훈련을 받는다. 이대명은 "먼저 훈련을 받고 온 선배들이 '군대 사격은 다르다'고 하더라. 사격 국가대표인 내가 K2 소총 들고 훈련 받을 상상을 하니 벌써부터 웃음이 나온다"고 미소 지었다.
김종석기자 left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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