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페 바람이 무섭긴 한가보다. 손님들로 바글바글했던 동네 횟집이 별안간 문을 닫았기에 확장하는 줄만 알았더니 뚝딱뚝딱 공사 끝에 내놓은 건 카페 체인점 간판이었다. 그러고 둘러보니 바로 앞 휴대폰 대리점 유리문에는 이런 전단이 붙어 있었다. 회원 모집, 꿈의 바리스타, 여러분 모두 도전하세요!
하기야 길 건너 건물 3층에 위치한 헬스클럽은 트레이너들이 카페를 운영하여 회원에게는 커피 값 500원을 깎아주기도 한다지. 장사 잘 되세요? 이러다 정말 한 집 건너 카페겠어요. 그래도 맘 편하니 좋아요, 비린내 지긋지긋했거든요. 광어니 민어니 그날그날 물 좋은 생선을 권해주던 아줌마가 브라질이니 에티오피아니 그날그날 잘 볶은 커피를 권해주는 모습이 어딘가 어색하면서도 왠지 짠한 것이 가족들 모두가 마지막이다, 하는 희망으로 차려낸 가게임을 아는 까닭이다.
회 썰던 손으로 와플을 굽는 아저씨나 연신 화장실을 들락거리며 휴지통을 비우고 또 비우는 아들이나 문 열릴 때마다 안녕히 가세요, 또 오세요, 를 90도 인사로 반복하는 딸이나… 노동이 자발적일 때 이토록 아름다움을 왜 난 자꾸 잊는 걸까. 일에 집중할 때 내 모습도 그러할 진데 나는 왜 틈만 나면 거울 들여다보며 얼굴에 난 점이나 세는 걸까. 그 틈마다 전업주부로 들어앉은 여동생이 자꾸만 전화를 해온다. 언니 우리 카페나 할까? 야, 장사는 아무나 하냐!
김민정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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