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을 졸업하고 취업을 하지 못한 소위 ‘백수’시절 를 읽었다. 2007년 스물 다섯 때다.‘우선 취업부터 하고 보자’는 생각에 책에 적힌 대로 토익 책을 덮고 짱돌을 던지지는 못했지만, 그 때 내 절박한 현실을 아는 이가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적잖이 위로를 받았다.
한국일보 신년기획 ‘2012년 20대 리포트’를 취재하며 만난 20대 현실은 그 때보다 몇 배 심각했다. 등록금을 대기 위해 2, 3년 간 아르바이트를 병행하는 게 대학생들 사이에서는 더 이상 낯설지 않았고, 취업과 돈 모으기에 바빠 결혼과 출산 자체를 ‘사치’로 여기는 20대도 많았다. 20대의 비참한 처지를 상징하는 신조어가 한 두 개가 아니다. 여태껏 이런 일이 없었다. 이들은 이번에는 “아프니까 청춘”이라는 위로에 기대어 하루하루를 버티고 있다.
로 20대 문제가 공론화된 지 5년이 지났건만 20대의 현실이 더 나빠지고 있는 것은 왜인가. 사회적 경제적 여건이 더 나빠진 탓으로만 돌릴 것인가.
그간에 정부가 20대를 위해 한 일을 한번 보자. 고용노동부는 청년 인턴제를 시행해 20대에게 몇 개월간 ‘용돈’을 주었지만 일자리를 주지는 못했다. 교육과학기술부는 여론의 압박에 지난해 뒤늦게 사립대학 감사에 나섰지만 치솟는 등록금에 대한 대안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주거문제라도 도움을 받고 싶지만 한국토지주택공사(LH)의 신혼부부 전세 자금지원 등은 신청 조건이 여간 까다로운 게 아니다. 제각각 내놓고 있는 정부 대책이라는 게 생색내기라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20대 수만명이 지난 여름 거리로 나서 ‘반값 등록금’을 요구했다. 더 이상 위로만으로는 안 되겠다는, 실제 변화를 만들겠다는 첫 번째 ‘짱돌’인지도 모른다. 청년이 아프면 시대가 아프고 나라가 평안할 수 없다. 20대를 위로하기 위한 정부의 제대로 된 역할을 고민하기 바란다.
남보라 사회부 기자 rarara@hk.co.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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