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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제조업 '깊은 겨울잠'서 깨어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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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제조업 '깊은 겨울잠'서 깨어난다

입력
2012.01.06 06: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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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제(Made in USA) 딱지가 세계를 지배한 적이 있었다. 1차 세계대전 후 영국에게서 최대 제조업 자리를 물려받은 미국은 1929년 전세계 제조업 생산의 43.3%를 차지하며 ‘제조업 왕국’으로 떠올랐다. 막강한 제조업은 2차대전과 냉전에서 미국이 승리한 원동력이었다. 그러나 지난 세기 중ㆍ후반부터 독일 일본 중국 등 후발주자에게 ‘세계의 공장’ 자리를 허용하더니 21세기 들어서는 첨단산업 등 극소수 분야에서만 제조업 강국의 명맥을 유지하는 정도로 추락했다.

그런 미국에서 최근 제조업 부활 조짐이 곳곳에서 감지된다. 고임금 때문에 과거처럼 세계 최고 자리를 탈환하기는 어렵지만 제조업 분야 고용이 늘고 수출도 부쩍 증가하고 있다. 5일 뉴욕타임스(NYT)는 ‘제조업이 미 경제에서 예상치 않은 밝은 전망이 되고 있다’는 기사에서 이런 변화의 움직임을 소개했다.

가장 두드러진 부분은 제조업 분야의 고용이다. 제조업 경기 척도인 미 공급관리자협회(ISM) 제조업 지수에서 고용 지수는 지난달 55.1을 기록했다. 27개월 연속 50을 넘어섰다. 지수가 50을 넘으면 고용을 줄이기 보다는 늘리려는 사업주가 더 많다는 의미다. 미 경제가 호황을 누렸던 60년대 중반 이후 최장 수준이다.

이런 추세라면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빌 클린턴 1기(93~97년) 행정부 이후 오랜만에 임기 중 제조업 일자리를 늘린 대통령으로 기록될 전망이다. 조지 W 부시 1기(2001~2005년) 때는 제조업 고용이 17% 줄었고, 2기(2005~2009년)에도 12% 감소했다.

제조업 전체를 봐도 상승 움직임은 뚜렷하다. 지난달 ISM 지수는 구매(53.9), 생산(59.9), 신규주문(57.6), 수출(53.0) 등 주요 분야에서 50을 훌쩍 넘는 수준을 유지했다. 수출도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다. 리먼 브러더스 파산 전까지 1조 95억달러를 기록했던 미 제조업의 연간 수출액은 금융위기 이후 8,000억달러로 급감했으나 지난해 다시 1조달러대를 회복했다.

미 제조업 부활을 이끄는 견인차는 항공과 석유산업이다. 지난해 보잉은 787 드림라이너 출시를 앞세워 2010년보다 52% 증가한 805대의 여객기 주문을 받았다. 여기에다 휘발유와 항공유 등 880억달러 어치의 석유제품을 수출해 61년 만에 처음으로 석유 순수출국 지위를 되찾았다.

NYT는 미국 경제에 ▦소비 감소 ▦정부지출 축소 ▦금융산업 불황 등 여러 악재가 도사리고 있다는 점을 지적하며 “제조업이 전반적 반등세를 이끌 정도는 아니지만, 경제가 새로운 불황에 빠지는 것을 막는 역할을 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제조업 덕분에 지난해 4분기 미 경제성장률은 연간 기준으로 3%를 기록해 상반기 0.9%, 3분기 1.8%를 훌쩍 넘어섰다. 수십 년 간 미 경제의 골칫거리였던 제조업이 이제는 쇠락하는 경제를 지탱하는 효자가 됐다.

이영창기자 anti092@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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