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 시민선거인단의 폭주로 민주통합당 지도부 경선 판세가 요동치고 있다. 경선 내내 선두를 유지하는 것으로 평가되는 한명숙 전 총리 캠프조차 결과를 장담하지 못하는 형국이다. 기존의 조직 동원 선거를 대체하는 정당정치의 근본적 변화라는 평가 속에 모바일이라는 새로운 형태를 이용한 동원 선거가 될 수 있다는 우려도 없지 않다.
민주통합당 시민선거인단은 5일 오후9시 현재 44만7,655명에 이르렀기 때문에 마감 시한인 7일까지 50만명을 돌파할 것으로 예상된다. 시민선거인단은 현장투표소 투표와 모바일 투표를 선택할 수 있는데 선거인단 신청자의 90%이상이 모바일 투표를 택했다.
대체로 수도권의 30대 젊은층이 시민선거인단 신청 대열에 참여하는 것으로 분석돼 후보 캠프마다 개혁과 쇄신 표심을 잡기 위한 경쟁이 치열하다. 중간 집계에 따르면 수도권 신청자가 20만명을 넘어서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 민주당 관계자는 "세대별로는 40대가 핵심적 역할을 했던 서울시장 재보선 때와 달리 30대가 주류를 이루고 있어서 개혁과 쇄신 이미지가 강한 후보가 유리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모바일 시민선거인단의 성격이 여전히 모호하기는 하지만 자발적 동기가 강하다면 젊은층에 호소력이 강한 시민사회 후보나 대중적 인지도가 높은 후보가 유리할 것이라는 전망이 강하다. 시민사회 후보 캠프에서는 "조직력이 약하더라도 쇄신과 개혁의 선명성 경쟁을 통해 인지도를 높이면 약점을 보완할 수 있다"며 반색하고 있다.
한 전 총리 캠프에서는 "선거인단이 커지면 여론조사 성격이 강해질 것"이라며 크게 우려하지 않는 분위기다. 최근 여론조사에서 한 전 총리는 20%대 후반의 지지율을 얻어 10% 안쪽의 지지율을 받으면서 중위권을 형성한 박영선 문성근 박지원 김부겸 후보 등을 따돌리고 1위를 차지했다. 판세 요동으로 중위권 후보들 중 일부가 막판에 급부상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 후보들 뒤로는 이인영 이강래 박용진 이학영 후보들이 추격전을 펼치고 있다.
한편으로는 시민선거인단 폭주가 사실은 조직 표들이 움직인 현상이라는 지적이 제기되면서 새로운 변수가 되고 있다. 민주당 관계자는 "시민선거인단은 자발적 시민들과 각 캠프의 지지 기반이 반반씩 움직인 결과로 보인다"며 "조직 기반 없이 대중적 인지도에 의존하는 후보들이 의외로 타격을 입을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실제 인터넷에서는 정봉주 전 의원이 구속된 이후 16만여 회원을 보유한 인터넷 카페 '정봉주와 미래권력들(미권스)'을 중심으로 시민선거인단 가입을 적극적으로 권유하는 운동이 벌어지고 있다. 문성근 후보가 대표인 국민의명령 회원 18만여명도 시민선거인단에 대거 가입했을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이와 함께 한국노총 100만 노조원이 시민선거인단에 대거 가입할 것으로 알려져 이들의 표심도 중요한 변수가 되고 있다. 상대적으로 대중적 지지도가 떨어지는 이학영 전 YMCA 사무총장은 전국 60개 도시에 기반을 둔 YMCA 회원들을 상대로 선거인단 신청을 독려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김정곤기자 jk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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