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이란의 대립으로 촉발된 중동지역의 정세 불안으로 새해 벽두부터 에너지 가격이 상승하고 있다. 이에 따라 에너지 수입 의존도가 높은 우리 경제가 직접 타격을 입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당장 국제유가가 들썩이고 있다. 미국과 이란의 신경전이 가열되는 가운데 이란이 전 세계 원유의 40% 가량이 통과하는 걸프만의 호르무즈 해협 봉쇄를 위협하고 나서는 등 중동 정세가 악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5일 한국석유공사에 따르면 중동산 두바이유의 현물가격은 사흘째 상승세를 보이면서 전날보다 배럴당 2.58달러 오른 108.49달러를 기록했다. 특히 유럽연합(EU) 회원국들이 4일(현지시간) 이란산 원유 수입금지에 원칙적으로 합의했다는 발표가 있은 뒤 북해산 브렌트유는 2월 인도분 선물가격이 1.4% 상승해 배럴당 113.70달러에 거래됐다. 브렌트유 가격은 3,4일 이틀에만 5.8%나 상승했다. 서부텍사스산 원유(WTI)도 지난 이틀간 4.4% 올라 배럴당 103.22달러를 기록했다.
이 같은 가격변동은 곧바로 국내 시장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전국 주유소의 휘발유 평균가격이 한달 보름여만에 하락세가 꺾인 것. 지난해 11월 15일 ℓ당 1983.33원 이후 지난 2일 1933.15원까지 48일째 하락했던 보통휘발유 가격은 3일 1933.68원으로 올라선 뒤 보합세를 보이고 있다. 정유사의 휘발유 공급가격 역시 지난주에 상승세로 돌아섰다. 석유공사 관계자는 "최근 중동지역의 긴장이 고조되면서 국제유가와 정유사의 공급가격이 동반 강세를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액화석유가스(LPG) 가격도 뛰고 있다. 사우디아라비아의 국영석유회사인 아람코는 최근 난방용 프로판가스와 차량용 부탄가스의 톤당 2월 계약가격을 각각 850달러, 910달러로 결정했다. 전달에 비해 각각 80달러, 90달러가 오른 액수로 두 가지 모두 10% 이상씩 급등한 것이다.
이에 따라 석 달 연속 하락했던 국내 LPG 공급가격도 내달부터는 인상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정부는 LPG 수입관세 인하 정책을 6월까지 연장키로 했지만, 아람코의 가격 인상이 중동의 정세 불안과 맞물려 있어 가격 급등세가 쉽게 가라앉기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 많기 때문이다.
물론 아직까지는 국내 총 수입량의 9% 안팎을 차지하는 이란산 원유 수입에 별다른 차질이 없는 상황이다. 또 국제사회가 이란의 호르무즈해협 봉쇄 가능성을 낮게 보고 있는 만큼 중동지역의 정세가 급격히 악화하지는 않을 것이란 전망이 많다.
하지만 상황에 따라선 에너지를 비롯한 원자재의 해외의존도가 높은 우리 경제에 심대한 파장이 미칠 수 있다. 중동지역의 정세 불안은 원유뿐 아니라 전반적인 국제 원자재 가격의 급등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지식경제부 관계자는 "올해는 내대외적으로 불확실성이 높아 어려운 한 해가 될 것이란 예상이 많다"며"특히 중동정세의 불안은 곧바로 실물경제에 직접적 영향을 미치는 만큼 이에 대한 철저히 대비해야 할 상황"이라고 말했다.
양정대기자 torch@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