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원순 서울시장의 부채 줄이기 공약과 서울시립대 반값등록금 추진이 엉뚱하게 시 장학금 지원에 있어 세대간 충돌을 빚고 있다. 3년 내 7조원의 부채를 줄이겠다는 박 시장의 공약에 따라 시 산하 SH공사는 하이서울 장학금 고교생 출연금을 대폭 축소(본보 1월5일자 14면)했다. 여기에 박 시장의 반값등록금 정책을 지지하는 민주당이 다수당인 서울시의회는 대학원생 신규 장학금을 전액삭감 했다.
결과적으로 박 시장의 공약과 정책에 따라 본의 아니게 8,000여 명의 저소득가정 고교생 장학금이 허공으로 날아갔다. 고교생 밥그릇(장학금)은 절반 크기로 줄이고, 대학원생 밥그릇은 아예 빼앗아 대학생의 밥그릇만 채워준 셈이다.
이에 대해 시와 시의회는 '근본적으로 대학원생 학자금 지원은 국가 사무이고, 대학생 지원은 시 사무'라는 논리를 펴고 있다. 시는 5일 해명자료를 통해 "대학생 장학금을 신설하기 위해 별도 재원을 확보했다"며 서둘러 대책을 내놨다.
하지만 시와 시의회 논리와 달리 고교생 장학금 지원은 국가 사무이기보다는 시 사무에 가깝다. 서울시민의 세금으로 60%가 지방학생인 특정 대학을 지원하기 위해 서울시민인 고교생 8,000여명의 몫을 빼앗은 것도 논리가 약하다.
'저소득 가정의 고교생과 순수학문을 하는 대학원생에 대한 복지가 대학생 복지보다 더 중요도가 떨어진다'는 시와 시의회의 주장도 납득하기 어렵다. '아이들 밥 주는 문제'라며 무상급식을 초등학교에서 중ㆍ고등학교로 확대하겠다는 박 시장과 민주당의 정책과도 동떨어진다.
박 시장의 부채 줄이기 공약에 맞춰 SH공사가 하이서울 장학금 출연금을 통한 사회공헌 액수를 절반 가량 삭감한 점도 석연치 않다. SH공사는 부채 대부분이 순차적으로 회수 가능한 자산이라 박 시장의 공약처럼 단기간에 부채를 줄이는 대상으로 적절치 않다.
자신이 보고 싶은 것만 보는 현상을 병리학적으로는 선택맹이라고 한다. 시와 시의회는 살아 있는 권력인 서울시장만 쳐다보는 선택맹에 빠진 것은 아닐까.
김청환 사회부 기자 ch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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