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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에서] 다시 중국을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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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에서] 다시 중국을 생각한다

입력
2012.01.05 1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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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중국인들이 우리의 삶을 결정하는 것을 원치 않는다."

리먼 브러더스 사태로 미국 금융 시장이 패닉 상태에 빠진 2008년 10월 초, 7,000억 달러(약 800조원) 규모의 공적 자금을 쏟아 붓는 구제금융 관련 법안이 하원에서 부결되자 바니 프랭크 미 하원 금융위원장(민주당)은 당시 이 같은 말로 의원들을 자극하며 법안 통과를 이끌어 냈다. 불과 두 달 전 베이징 올림픽 개막식의 웅장한 규모에 벌린 입을 다물지 못했던 미국인들은 이 유대계 거물을 통해 중국이 미국의 최대 채권국임을 깨닫고 중국을 다시 보게 됐다.

2012년 새해 벽두부터 4년 전의 기억을 되짚은 것은 우리에게도 '중국 다시 보기' 가 필요하다는 판단 때문이다. 올해로 한국과 수교 20주년을 맞는 중국, 그러면서도 29세의 '청년대장'이 이끄는 북한의 후견국임을 자임하는 중국이 어쩌면 통일의 최대 장애물일지 모른다는 생각이 드는 것은 기자만은 아닐 것이다.

역사적으로 봐도 우리의 현 상황은 녹록치 않다. 과문한 탓인지 모르나 과거 역사를 보면 중원에 강대한 정권이 들어섰을 때 한반도에 좋은 일이 있었던 적이 없지 않은가. (고)조선을 정벌하고 태산(泰山)에 올라 천제를 지낸 한나라의 무제나, 선대(태종) 때부터 숙적 고구려를 멸하고 한반도에 반쪽 통일을 안긴 당나라 고종 때를 봐도 그렇다. 반대로 강희ㆍ 옹정ㆍ건륭제로 이어지는 성청(盛淸)시대 진입기에 북벌을 계획한 조선 효종의 꿈이 현실적으로 가당키나 했던 일인가. 중원 역사상 다시 한번 전성기로 올라서고 있는 '현대 중국'을 보면서 불안감이 이는 건 어쩌면 당연한 일일 것이다.

물론 현대 중국과의 20년 동안의 관계는 대체로 좋았다. 특히 경제적으로 뗄래야 뗄 수 없는 관계로 발전했다. 1992년 수교 당시 50억 달러에 불과하던 무역은 지난해 2,400억 달러 규모로 성장했다. 중국은 미국을 제치고 우리의 최대 교역국이 됐다. IMF 통계에 따르면 17세기 첫 해인 1600년경 세계 GDP에서 29%를 점유, 당시 인도(23%)와 유럽(22%)을 제쳤던 중국이 2010년에는 8.7%를 기록하고 있지만 앞으로 상당 기간 성장을 거듭해 과거의 영화를 회복할 것이라는 데는 이견이 없다.

이런 중국의 등에 올라탄 우리로서는 엄청난 기회이자 큰 위협이 아닐 수 없다. 지난 해 무역 1조 달러 시대를 열었지만 이 중 약 4분의 1인 24%가 중국과의 거래에서 발생했다. 미국 및 일본과의 무역을 모두 합친 것 보다 많다. 걱정스런 수준이다. 더욱이 이런 추세는 특단의 조치가 없는 한 앞으로 더 심화할 것으로 보인다.

만일 우리 정부가 북한 문제나 통일 등을 놓고 중국과 각을 세워야 할 때, 아니 극단적으로 맞서야 할 때, 그래서 양국간 교역이 끊기는 최악의 사태라도 온다면 어떤 정 부도 버텨낼 수 없는 위험한 상황인 것이다. 때문에 안보적 관점에서라도 대중 무역 의존도를 낮추고 무역 다각화에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 중국에 대항하기 위해 인도와의 경제적 유대 강화에 정성을 쏟는 일본의 움직임도 참고할 만하다.

이런 상황에서 이명박 대통령이 9일 방중한다. 양국간 무역 확대를 위한 FTA 협상 개시를 중국 측에서 공식 제기할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이다. 적절한 시기에 중국과의 FTA도 해야 할 것이다. 하지만 당장 중국의 제안을 받을 이유도, 필요도 없어 보인다. 6년 전 체결된 한ㆍ아세안 FTA를 한층 고도화하고, 한ㆍ인도간 협력 강화 등 신흥시장을 중심으로 특단의 무역 포트폴리오 다각화 전략을 짜고 이를 실천하는 것이 한중 FTA보다 먼저 해야 할 일이다. 중국이 우리 삶을 결정하는 상황을 원치 않는다면 말이다.

박진용 산업부 차장 hub@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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