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집트 검찰이 시위대를 유혈 진압한 혐의를 받고 있는 호스니 무바라크 전 대통령(84)에 대해 사형을 구형했다고 AFP통신이 5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무바라크는 ‘아랍의 봄’혁명이 진행된 지난해 1월25일부터 2월11일까지 18일 동안 실탄과 최루탄, 물대포 등을 쏘며 시위대를 강경 진압해 850여명을 숨지게 하고 집권 기간(1981~2011년) 부정 축재를 한 혐의로 기소됐다.
이날 카이로 외곽 법정에서 재개된 재판에서 이집트 검찰은 무바라크를 ‘폭군’으로 칭한 뒤, “무바라크는 유혈 진압을 막기 위해 어떤 조치도 취하지 않았다”며 “무바라크가 실탄 사용을 허가했다”고 구형 이유를 설명했다. 무바라크는 “모든 혐의를 부인한다”며 무죄를 주장했지만, 무스타파 슐레이만 검찰총장은 “대통령이 유혈 진압 상황을 몰랐다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며 “무바라크의 승인 없이 발포 명령을 내릴 수는 없다”고 일축했다.
무바라크는 이날 선글라스를 끼고 이동식 침대에 누운 채 법정에 출석했다. 심장질환을 앓고 있는 무바라크는 병원에서 법정까지 헬리콥터를 타고 이동했다. 재판부는 이달 말쯤 무바라크에 대한 판결을 내릴 것으로 예상되는데, 혐의가 유죄로 인정되면 무바라크는 최고 사형을 선고 받게 된다.
이성기기자 hangi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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