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 파동이 심각합니다. 사료값이 없어 멀쩡한 송아지를 굶겨 죽이는 안타까운 일도 일어나고 있습니다.
그런데 참 이상합니다. 작년에 비해 쇠고기 값은 떨어지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국내 한 대형마트에서 지난해 7월 한우 등심 1등급은 100g 당 5,500원에 팔렸습니다. 지금은 5,800원에 팔립니다. 오히려 300원 올랐습니다.
도매가격도 마찬가지입니다. 전국 도매시장의 한우 등심 ㎏당 경락가격은 지난해 6월 4만7,489원에서 지난달에는 5만447원을 기록해 6.2% 올랐습니다. 당연히 고깃집 메뉴 역시 값이 내리지 않았습니다. 왜 소 값은 내리는데 쇠고기 값은 내리지 않을까요?
우선 현재 내리는 것은 소 값이 아니라 송아지 값이라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송아지는 통상 도축 목적이 아닌 투자 목적으로 거래되는데, 공급 과잉으로 더 이상 소 값은 오르지 않는 반면 사료값은 계속 오르니 송아지의 가치가 떨어졌습니다. 지난해 4월 195만원이었던 한우 암송아지는 지난해 12월 92만원까지 떨어져 반값이 됐습니다.
이에 비해 한우 암소(600㎏)의 전국 가축시장 평균 가격(농협 집계)은 4일 기준 369만7,000원입니다. 6개월 전(384만7,000원)보다 4% 내리긴 했지만 '폭락' 수준은 아닙니다. 유통업계에 따르면 소와 쇠고기 값은 구제역 여파로 지난해 상반기 20% 급락했으나 5~7월쯤 바닥을 치고 이후 보합세를 유지해 왔습니다.
특정 부위만을 선호하는 한국인의 식습관도 쇠고기 메뉴 가격이 더 이상 떨어지지 않는 요인 중 하나로 꼽힙니다. 한국인에게 구이용으로 인기 있는 등심이나 채끝은 도축한 소에서 얼마 나오지 않습니다. 이 때문에 도매시장에서 해당 부위는 다른 부위에 비해 훨씬 비싸게 팔고, 값이 떨어지더라도 다른 부위에 비해 덜 떨어진다는 것입니다.
한 외식업계 관계자는 "우리나라는 고깃집에 가면 돼지고기는 삼겹살만, 쇠고기는 등심만 선호하는 경향이 있는데, 좀더 많은 조리법을 개발해서 다른 부위도 많이 소비한다면 주로 먹는 부위 가격도 낮아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최진주기자 parisco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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