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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희 칼럼] 새로운 정치가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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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희 칼럼] 새로운 정치가 시작된다

입력
2012.01.05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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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진(壬辰)년 새해가 밝았다. 서로의 건강과 행운을 축원하며, 녹녹하지 않은 상황이지만 올 한해 잘 살아보려는 다짐의 눈빛이 결연하다. 불안정한 세계경제와 밀접히 연계된 우리경제 역시 순탄치 않을 것 같고, 김정은 북한체제의 안착도 불투명한 상황에서 4월 국회의원 선거와 12월 대통령선거를 맞게 되는 국민들의 마음은 희망과 불안이 교차하고 있다. 여야 정치권은 양대 선거를 승리로 이끌기 위해 쇄신과 통합의 수순을 밟아 가고 있으나 이 과정 또한 순조롭지 않아 보인다.

정치 패러다임 바꿀 절호의 기회

선거의 해를 맞아 불안을 희망으로, 불투명한 미래를 예측 가능한 미래로 바꿀 수 있는 새로운 정치 패러다임을 만들어야 한다. 결코 쉽지 않은 작업이지만 언젠가 해내야할 일이라면 올해가 적기다. 분위기는 이미 무르익었다. 지금의 정치로는 안 되겠다는 공감대가 오래 전부터 형성되었다. 여야 정치권은 물론 유권자 자신을 포함한 모든 정치행위자들의 행태를 비판하고 자성하면서 형성된 공감대다. 격동의 국제질서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우리 자신이 우선 탄탄한 기반을 갖추어야 한다는 절박함도 새로운 정치를 추동하고 있다.

새로운 정치 패러다임의 요소는 정치의식과 제도, 그리고 정치행태다. 중요한 것은 변화를 이끄는 주체와 객체가 구분되어서는 안 된다는 점이다. 정치엘리트와 대중 모두 정치공동체의 구성원으로서 함께 변화에 동참해야 한다는 의식의 전환이 핵심적인 성공 요인이다. 우선 유권자들이 새로운 정치를 만들어 낼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가져야 한다. 4ㆍ19 혁명과 6월 항쟁을 통해 독재를 종식시킨 귀한 경험이 있건만, 정치권의 교체만 이루었을 뿐 진정 국민이 주인 되는 민주정치의 본 궤도에 진입하지 못했다. 민주화 이후의 민주정치를 책임지는 주인으로서 새로운 책임의식과 행동을 올해 반드시 보여줘야 하지 않을까. 여야 정치권도 과거 통치의 의식과 관행에서 과감히 벗어나 유권자의 정치, 사회, 경제적 요구를 제대로 수렴할 수 있는 제도와 정책을 마련해야 한다. 선거 승리를 위한 표피적 변화나 기득권 유지를 위한 제도 개선으로는 유권자의 마음을 얻지 못할 것임을 명심해야 한다.

정치제도와 정책의 쇄신을 위해서는 다양한 이해와 논리를 정확하게 파악하는 작업을 선행해야 한다. 이 역시 정치권과 일반 대중의 동반자적 노력이 필요하다. 정치가 결코 쉽지 않음을, 갈수록 어려워지는 것이 정치라는 것을 실감하게 된다. 정치권의 입장에서 보면 지난날에는 관련 정보의 독과점으로 정책결정과 제도개혁이 큰 저항 없이 순항했지만, 최근 10년간 정보통신기술의 놀라운 발전으로 정치엘리트가 알고 있는 정보와 일반 대중들이 접근할 수 있는 정보의 양이 그리 다르지 않게 되었다. 풍부한 정보를 바탕으로 모든 정책결정과정에서 다양한 이해당사자들의 요구가 분출하고 있어 세심한 논의와 합의도출이 필요하다.

유권자도 마찬가지다. 민주화 첫 단계의 진입을 위해서는 '독재타도'와 '호헌철폐' 등의 구호로 족했지만, 이제 구체적 정책의 실상과 허구를 파악하고,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 과거처럼 물리쳐야할 대상만 있는 것이 아니라, 서로 경쟁하고 협조해야할 상대가 상존해 있기에 합리적 설득을 위해 개인 또는 집단적으로 철저히 준비해야 한다.

긍정적 조짐 살리는 노력 기울어야

그렇다. 정치하기가 점차 어려워지고 있다. 역설적이지만 매우 긍정적 조짐이다. 정치발전의 계단을 한 단계 더 올라갈수록 배가의 노력이 수반되어야 한다는 뜻이다. 흑룡 충천의 해, 총선과 대선을 거치면서 민주정치의 공고화를 이끄는 새로운 정치 패러다임을 형성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대선과 총선 후보자들, 정당과 국회, 청와대와 행정부 그리고 유권자 모두 힘을 모아 임진년을 새로운 정치의 원년으로 삼아보자.

이정희 한국외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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