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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한나라당 '보수' 삭제 검토해 볼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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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한나라당 '보수' 삭제 검토해 볼 만하다

입력
2012.01.05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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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당이 정강ㆍ정책에서 보수라는 표현을 삭제한다는 것은 불과 몇 달 전만 해도 상상도 못했던 일이다. 김종인 비대위원이 제기한 보수 삭제 주장은 시대상황에 맞지 않는 구각(舊殼)을 깨자는 취지다. '발전적 보수를 계승한다'는 대목을 빼는 것 외에도 '분배지상주의ㆍ포퓰리즘에 반대한다' '공동체 자유주의' '선진화'라는 표현도 없애자고 했다. 당내에서는 당장 정체성 부인이라는 반발이 터져 나왔다. 이를 감안, 비대위는 5일 "국민적 의견 수렴을 계속하면서 더 논의하자"며 일단 결론을 유보했다.

하지만 기류는 보수 삭제 등 정강ㆍ정책의 대대적인 수정 쪽으로 기울어 있다. 보수 삭제론의 근거는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세계적 흐름, 시대사조에 맞지 않는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우리 사회의 어려운 현실을 해결하는 데 오히려 걸림돌이 된다는 것이다. 1980년대 동구권 붕괴, 90년의 독일통일 이후 세계는 이데올로기로부터 벗어났는데 우리는 아직도 소모적 이념논쟁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점에서 한나라당이 보수의 틀에 갇히지 않겠다는 것은 새로운 정치지평을 여는 시도가 될 수 있다.

국내적 현실도 한나라당의 과거 틀인 성장주의, 큰 시장과 작은 정부를 고집하기 어렵게 하고 있다. 사회 안정을 위협할 정도로 심각해진 양극화를 해결하기 위해선 과감한 복지정책을 도입해야 하고 대기업의 횡포를 적절히 제어할 필요도 있는데, 보수나 큰 시장 논리로는 그런 변화를 담아낼 수 없다는 것이다.

반대론자들은 그렇다면 한나라당이 없어지는 게 아니냐고 반문한다. 맞는 얘기다. 이런 변화가 시도되면 재창당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하지만 시대가 변하고 국민이 원한다면 정당은 바뀔 수 있다. 국민은 정당의 이념보다 나라를 이끌고 사회적 문제를 해결하는 데 누가 더 진정성 있고 실천력이 있는지를 보고 지지 여부를 결정한다. 민주주의와 자본주의의 원칙만 흔들리지 않는다면 정당의 기조는 구체적 정책에 담으면 된다. 이런 점에서 보수 삭제는 검토해 볼만하다. 다만 큰 변화를 시도하는 만큼 더 치열한 토론, 더 넓은 공감대가 필요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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