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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호르무즈 봉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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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호르무즈 봉쇄

입력
2012.01.05 1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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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르무즈 해협(Strait of Hormuz)은 페르샤 만에서 오만 만을 거쳐 아라비아해로 나오는 길목의 좁은 해협이다. 이란 이라크 쿠웨이트 레바논 UAE 카타르 등 페르샤 만 산유국의 대다수 석유수출기지가 해협 안쪽에 있어 세계적으로 손 꼽히는 석유 관문, 전략 요충이다. 세계 원유 교역량의 20%, 해상 수송량의 35%가 이곳을 지난다. 하루 평균 14척 꼴로 초대형 유조선들이 원유 1,550만 배럴을 실어 나른다. 특히 우리가 들여오는 원유의 80%가 호르무즈를 거친다. 일본 등 아시아 석유수입국에는 목줄과 같다.

■ 가장 좁은 곳은 너비 54km인 호르무즈 해협은 선박 충돌을 막기 위해 가운데 너비 11km(6해리)만 국제 수로(水路)로 설정돼 있다. 그 중앙의 폭 3.7km(2해리)정도는 분리구역으로 남겨두고, 남쪽의 폭 3.7km 수로는 페르샤 만에서 밖으로 나오는 아웃바운드, 북쪽 3.7km 수로는 들어가는 인바운드 항해에 이용한다. 이 때문에 북쪽 수로는 이란, 남쪽 수로는 UAE와 오만 영해를 지나야 한다. 물론 유엔 해양법협약에 따라 민간선박은 통과항행(transit passage)권이 있고, 군함도 무해통항(innocent passage)권이 있다.

■ 이란이 3일 호르무즈 해협 봉쇄를 위협, 이 지역의 군사적 긴장을 더욱 높였다. 당장 국제 유가가 가파르게 올랐다. 이란은 미국과 유럽연합(EU)이 핵 의혹 관련 추가 제재로 석유 수출을 막을 경우 해협 봉쇄로 맞설 것이라며 새해 이틀 간 대규모 해군 훈련을 실시했다. 이어 그 훈련기간에 페르샤 만을 벗어나 오만 만에 머물던 미 항공모함 존 스테니스가 되돌아온다면 행동에 나설 것이라고 위협했다. 이에 대해 바레인의 미 5함대 사령부는 "글로벌 교역에 긴요한 국제 수로의 안전을 지킬 것"이라고 경고했다.

■ 일부 언론의 선정적 보도와는 달리, 실제 해협 봉쇄와 무력충돌 가능성은 극히 낮다. 이란이 기뢰를 설치하거나 미사일 공격을 할지 모른다는 추론은 손익 계산과 군사력 균형 등에 비춰 비현실적이다. 예컨대 기뢰에 민간선박이 다치면 국제법상 배상책임을 져야 한다. 미 항모에 대한 선제 공격은 자살행위다. 낡은 프리깃함과 재래식 잠수함 몇 척이 주축인 이란 해군의 전력은 핵 항모와 공격형 잠수함, 대형 전투함 등으로 이뤄진 항모 전투단의 몇 십 분의 1도 안 된다. 지루하게 이어질 '핵 게임'을 차분히 지켜보는 것이 그나마 피해를 줄이는 길이다.

강병태 논설위원실장 btka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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