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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엄부'와 '자모'가 함께 필요한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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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엄부'와 '자모'가 함께 필요한 이유

입력
2012.01.05 1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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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는 청소년문제가 생기면, 이에 대한 대책이 이상한 방향으로 나아간다. 근본적 원인을 찾고 지속가능한 시스템으로 개선하는 계기로 삼는 것이 아니라 즉시적 대응만 반복한다. 최근에 대구 중학생 자살사건에 대한 경찰청 대응이 대표적인 예다. '학교폭력도 강력범죄로 보고 전국의 1만 2,000명 강력계 형사를 학원가, PC방 등에 집중투입하고, 가해 학생에 대한 신병처리를 엄격하게 하는 무관용원칙으로 대응한다'는 학교폭력 단속활동 강화 지시 공문을 전국 지방경찰청에 내려보냈다고 한다.

말과 공문으로만 대응하는 당국

그렇다면, 다른 강력사건들, 예컨대 살인, 강도, 강간, 방화와 같은 강력사건의 수사와 치안은 누가 할 것인가. 조만간 여론의 관심을 받는 또 다른 사건이 터지면, 경찰인력은 금새 그쪽으로 집중투입될 것이고 청소년폭력 문제는 언제 그랬냐는 듯이 언론과 여론의 관심 밖으로 밀려 나가고, 약자 청소년들은 강자의 지시대로 '빵셔틀', '게임셔틀' 등을 하면서 인간으로서의 존엄을 잃으면서 살아 가거나, 도저히 못 견디면 대구 중학생과 같은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경우가 생겨날 까 두렵다.

'2010 학교폭력 전국실태조사'에 따르면 학교폭력으로 자살충동을 느낀 학생이 30%를 넘고, 실제로 매년 청소년 자살자가 급증하고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국가 중에서 한국의 청소년 자살율은 1위다. 지난 연말에 한국교총이 전국 초중고 교사에게 실시한 온라인 설문에서, 왕따 사건을 알게 되는 것이 '학생관찰을 통해서'라고 응답한 교사가 절반에 가깝고 왕따의 주된 원인으로 '가해 학생의 잘못된 사고와 행동', '인성교육 부족'등이 절반을 넘는다. 다시 말해 학교는 평소 관찰을 통해 학생들의 잘못된 사고와 행동을 감지하고, 부족한 인성교육과 가정교육을 보충해 주어야 학교폭력이 없는 학교문화가 생겨날 수 있는 것이다.

그런데, 정부와 정치권은 근원적 대책에는 돈이 들기 때문에 대신에 말과 공문으로만 대응하고 있다. 진정 학교폭력을 근절시킬 의지가 있다면, 학생들의 신체보건과 건강을 위해 보건교사와 영양교사를 배치하듯이 학생의 정신건강과 생활상의 위기상황을 미리 진단하고 지도하는 '전문상담교사'를 모든 학교에 정규교사로 배치하여야 한다. 교육당국은 전국 5,000여개 중고교 중 10%에만 상담교사를 배치하고 있다. 상담교사 1인당 학생비율이 미국은 490명인데 비해 한국은 1만명이다.

대구에서 안타까운 학생자살 사건이 발생하기 하루 전에 서울시의회는 학생인권조례를 통과시켰다. 거기에 보장된 학생인권은 복장과 두발 자유, 휴대전화소지 자유, 집회 자유다. 그것이 진정한 '인권'인가. 죽지 않고 살아야 하고, 그것도 폭력 없이 건강하게 살아야 하고, 하고 싶은 공부도 하면서 살고, 자신의 잠재력을 발휘하면서 사는 것이 한 '인간'으로서 청소년이 향유해야 할 권리가 아니던가. 왜 이런 내용은 인권조례에 없고 위기에 처한 청소년들을 돕는 시스템은 만들지 않으면서 '인권'이라는 용어를 남발하는가.

위기 청소년 지원 시스템 구축해야

전국 가정에 홑벌이보다는 맞벌이 가정이 더 많다. 연말에 발표된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맞벌이 가구는 전체 가구의 43.6%이고, 이들 대부분은 소규모 자영업 형태의 맞벌이다. 워킹맘이 전업주부 보다 더 많아진 사회로 진입한 한국은 이제 여성이 안심하고 자녀를 학교 보내고, 워킹맘이 특히 힘들어 하는 자녀교육을 지원하는 시스템을 국가적 아젠다로 채택하여야 한다.

아이들 키우는 데는 '엄부자모(嚴父慈母)'가 필요하다. 스쿨폴리스가 잠시 '엄부'는 될 지언정 '자모'가 될 수는 없다.

이명숙 경기대 교정보호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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