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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39년 문화계 인사 인물평 게재 종합 월간지 '신세기' 9월호 발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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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39년 문화계 인사 인물평 게재 종합 월간지 '신세기' 9월호 발굴

입력
2012.01.05 1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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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련하기는 하나 기술적인 농숙(濃熟)에 그칠 뿐 새로운 제네레이??을 끄러갈 아무런 영향력도 가지고 있지 않은 것 같다. 요새는 오직 염불로 세고(世苦)를 잊으려고 애쓰고 있다."

일제 강점기에 발간된 종합 월간지 '신세기' 1939년 9월호에 실린 춘원 이광수에 대한 인물평이다. 김동인에 대한 평도 신랄하다. "큰 키로 거러다니는 것을 보면 날카로운 데도 없고 재치도 있어 보이지 않으나 그저 꾸준한 맛이 있다."

근대서지학회가 발간하는 반년간 잡지 '근대서지' 4호는 1939년 당시 문화계 인사들에 대한 인물평을 게재한 '신세기' 9월호를 발굴해 소개했다. 최상암, 김정혁, 남수월, 길진섭 등 당시 평론가로 활동한 이들이 문단, 출판계, 영화계, 극단 등 문화계 인사들의 실명을 거론하며 촌평했다. 일부는 우수산인(愚愁散人), 인왕산인(仁旺山人)이란 필명으로 글을 썼다.

특히 소설가와 시인들에 대한 인물평이 거침없다. 정지용 시인에 대해서는 "조선문단의 뚜렷한 존재이나 거기 비해 시는 박력도 없고 감정의 격한 움직임도 없는 듯 재조 있는 시인이나 듬직한 맛이 적은 것 같다"고 적었고, 구보 박태원에 대해서는 "시대와는 동떠러진 작가인 것 같다 이상한 머리를 해가지고 다녀 시정부박아(市井浮薄兒)들의 주목을 끈다고 하면 이건 쓸대없는 걱정일까"라고 촌평했다. "'국경의 밤'으로 한때 젊은이들을 울리드니 근래에는 그저 문단의 신사라고나 해둘가"(김동환에 대한 평), "노력은 하나 작품에 매력이 없어 그저 평평 범범한 느낌을 준다"(이기영에 대한 평) 등 시니컬한 촌평이 적지 않다. 반면 소설가 이효석("이 곳 문단의 촉망을 두 억개에 지고 있다"), 임화("평론으로 시로 그의 문단적 존재가 혜성적임은 누구나 속일 수 없는 사실이다"), 유진오("양심적 작가로 꾸준한 작가다") 등은 높게 평가했다.

'타향살이' 고복수, '눈물 젖은 두만강' 김정구 등 대중가수에 대한 인물평도 눈길을 끈다. "그의 노래는 비단결같이 곱다. 곱기 때문에 그 노래 또 애수에 이어 한나절이라도 울고 싶어 한다."(고복수에 대한 평) "그는 노래라는 것보다 우슴과 풍자를 갖고 자기의 지반을 확수(確守)하려고 한다."(김정구에 대한 평)

1939년 1월에 창간됐다 1941년 6월에 강제 폐간된 '신세기'는 소설, 시, 수필, 르포 등 다양한 내용을 담은 종합 월간지. 1940년 4월호에 친일파 박흥식의 호화 결혼식 참관기를 싣는 바람에 발행인 곽행서씨가 옥고를 치르기도 했다. '근대서지'를 펴내는 소망출판 박성모 대표는 "'신세기'는 세태 비판 성향이 강한 월간지였는데, 내용이 체계적으로 정리되지 않아 그동안 조명을 덜 받아왔다"며 "대학도서관이나 개인에게 산재해 있는 책자 중 이번에 개인이 소장해왔던 것을 공개하게 됐다"고 말했다.

송용창기자 hermee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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