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세계 미술시장을 주름잡고 있는 중국 유명 화가들의 작품이 대거 경매에 붙여진다. 예금보험공사가 부실 저축은행으로부터 넘겨받아 보관해 온 담보물들을 팔아 저축은행 고객들에게 지급할 돈을 마련키로 한 것이다. 1점에 100억원을 넘는 유명 화가들의 작품이 많아 전체 가격이 2,000억원에 육박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5일 금융권에 따르면 예보는 지난해 초 영업 정지된 부산저축은행 계열 삼화ㆍ도민저축은행에서 확보한 미술품 등 특별자산 91점을 처분하기 위해 매각 주관사 선정작업에 나섰다. 예보는 "5,000만원 초과 예금자에게 지급할 돈을 마련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예보는 이미 서울옥션과 K옥션, 크리스티, 소더비 등 국내외 대형 미술품 경매대행업체에 제안요청서를 보냈다. 예보는 "중국 부자들의 수요가 많은 홍콩 등에서 경매를 추진할 수 있는 업체들을 대상으로 미술품을 비싸게 팔 수 있는 방법을 제안해달라고 요구했다"며 "11일 접수를 마감하고 매각 주관사를 선정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번에 예보가 경매시장에 내놓은 미술품은 국내외 화가들의 회화 작품과 도자기, 골동품 등이다. 특히 주목 받는 건 쩡판즈(曾梵志)를 비롯해 장샤오강(張曉剛), 양샤오빈(楊少斌), 펑쩡제(俸正杰), 인자오양(尹朝陽), 천롄칭(陳聯慶) 등 현대 중국 화가 6명의 작품 15점. 이들 미술품의 장부가는 100억원 정도지만, 실제 경매가는 최대 2,000억원에 달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최근 몸값이 크게 뛴 화가들의 작품이 많기 때문이다. 미술계 관계자는 "중국의 경제력이 중국 미술품 가격을 천정부지로 끌어올리면서 그림 1점에 수십억~수백억원을 호가하는 현대화가도 여럿 등장했다"고 말했다.
장부가로 가격이 가장 비싼 작품은 가족을 통해 중국인의 정체성을 천착해온 아방가르드(전위) 화가 장샤오강의 유화 <혈연 시리즈> (2003)와 <대가족> (2000)으로, 구입가는 각각 14억원이었다. 그의 초기작 <영원한 사랑> (1988)은 작년 4월 소더비 홍콩 경매에서 약 110억원에 팔리기도 했다. 정치색이 담긴 작품으로 유명한 쩡판즈도 기대를 모으는 화가. 그의 <트라우마 시리즈> (2007)는 구입가가 13억원, <스카이 여자초상> (2007)과 <스카이 시리즈> (2005)는 각각 7억5,000만원, 4억8,000만원이었다. 스카이> 스카이> 트라우마> 영원한> 대가족> 혈연>
요즘 경매시장에서 부르는 게 값이라는 천롄칭은 떠오르는 신예다. <잠긴 도시> (2007)와 <전쟁을 피한 날> (2007), <분노의 청년> (2008) 등 5점이 매물로 나왔다. 미술계 인사는 "당초 구입가는 1억8,000만원(5점 합계)에 불과하지만, 최근 몸값이 크게 뛰고 있어 경매가가 얼마나 치솟을지는 예상하기 어렵다"고 평했다. 분노의> 전쟁을> 잠긴>
중국 1세대 작가인 양샤오빈의 <폭력의 본질> (2004)과 2세대 작가 펑쩡제의 <중국의 포상> (2006), 중국 현대 미술의 거장인 인자오양의 <블루포이트리> , <천안문 시리즈> 도 큰 인기를 끌 것으로 보인다. 이밖에 국내 대표 화가 박수근의 <줄넘기하는 아이들> (연도 미상)과 재미 원로작가 임충섭의 <풍경-지각> (2007~2008)도 선보인다. 풍경-지각> 줄넘기하는> 천안문> 블루포이트리> 중국의> 폭력의>
이들 미술품은 대부분 저축은행 대출 담보로 설정돼 있다가 변제기한이 지나 처분이 가능해진 것들이다. 특히 장샤오강과 쩡판즈의 작품을 비롯한 중국 현대 회화 상당수는 부산저축은행 대주주이자 부산2저축은행장인 김민영(66)씨의 아들 김모씨가 불법 대출을 받으면서 담보물로 사용한 것이다.
권경성기자 ficcione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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