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이 아프가니스탄에서 반미 정서를 조장하고 있다고 아프간 관리 등을 인용해 워싱턴포스트(WP)가 5일 보도했다. 이란은 아프간 주둔 미군이 2014년 이후에도 남아있을 것을 우려, 아프간 정치인을 상대로 미국과의 안보협약이 역효과를 낳을 것이라고 설득하는가 하면 앙숙인 탈레반과 협력까지 하면서 미국 비방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물론 이란이 아프간에 영향력을 확산하려 한 것이 어제 오늘 일은 아니다. 하지만 미국과 아프간이 2014년 이후 안보협약을 협상 중인 상황에서 이란은 최근 수개월 동안 반미정서를 더 적극적으로 확산시키고 있다. 이란의 본심은 지난달 아프간과 상호방위협정을 체결할 때 분명히 드러났다. 알리 아크바르 살레히 이란 외무장관은 “아프간의 신설 보안군은 미국의 도움 없이도 국경을 수호할 수 있다”며 “오히려 아프간 내 외국군 기지가 불안정의 원인”이라고 주장했다.
이란은 정책 결정권자인 아프간 정치인에 대한 자금 지원도 아끼지 않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서방 외교소식통은 “하미드 카르자이 아프간 대통령이 미국과 협력방안을 협의하기 위해 지난해 11월 소집한 회의(지르가)의 참가자중 일부가 이란에서 수백만달러를 받았다는 참석자들의 발언이 있었다”고 전했다.
이란이 반미정서를 퍼뜨리기 위해 취한 가장 놀라운 전략은 앙숙 탈레반과의 협력이다. 1990년 탈레반이 아프간에 집권할 당시 이란은 아프간과 전쟁을 할 만큼 갈등이 심했다. 하지만 최근 테헤란과 마샤하드에서 탈레반 대표들의 활동을 허용하는 등 탈레반과 미국의 협상을 깨뜨리려 하고 있다.
이란이 이처럼 반미공작에 열을 올리는 이유는 인접 국가에 미군이 주둔할 경우 이란의 핵 프로그램에 대한 미국의 정보수집 능력이 향상되는 것은 물론 전쟁 발발시 미국이 상당한 전략적 우위를 점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라고 신문은 분석했다.
아프간의 한 국회의원은 “이란이 강력한 네트워크와 자금력을 갖추고 아프간 정부, 비정부단체, 교육, 미디어, 시민사회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말했다.
고은경기자 scoopko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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