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印尼 '분노의 샌들 시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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印尼 '분노의 샌들 시위'

입력
2012.01.05 08: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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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일 인도네시아 술라웨시주 팔루시 법원 앞에 헌 샌들 1,200여 켤레가 가득 쌓였다. 시민들의 샌들 모으기 운동의 하나인 이 퍼포먼스는 경찰관이 자신의 샌들을 훔쳤다는 이유로 15세 소년을 최대 징역 5년형을 받을 수 있는 절도죄로 고발한 것에 대한 항의의 표시다. 권력에는 약하고, 약자에는 가혹한 경찰과 사법부로부터 ‘샌들 소년’을 구하자는 뜻이다.

2010년 11월 A.A.L이라고 알려진 소년은 친구들과 학교에 가던 중 경찰서 근처 도로에 있던 낡은 샌들 한 켤레를 집어갔다. 6개월 뒤 소년과 그의 친구 두 명은 경찰관 세 명에게서 마구 폭행 당했다. 아흐매드 루스디 하라합 경사는 각목을 휘두르며 “내 샌들을 훔쳐갔으니 새 샌들을 내놓으라”고 협박했다. 소년이 “버려진 샌들을 집어갔을 뿐 훔치지 않았다”고 말했지만 소용 없었다.

부모가 소년의 몸이 멍 투성이인 것을 발견하고 경찰에 항의하면서 사건은 더 커졌다. 하라합 경사는 소년을 절도죄로 고발했다.

경찰의 권력남용에 진저리가 나 있던 시민들의 분노는 폭발했다. 아동보호협회는 지난달 29일부터 “샌들을 경찰과 검찰에 보내 항의하자”며 샌들 모으기 운동을 시작했다. 팔루는 물론 자카르타 등 전국 각지에서 샌들과 슬리퍼가 쇄도했다. 일부 시민들은 훔쳐간 샌들이라며 자신의 신발을 벗어 팔루시 경찰서에 집어 던졌다. 언론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도 ‘샌들 소년’ 사건으로 들끓었다.

경찰청은 “하라합 경사를 21일간 구류에 처했고, 관리감독을 소홀히 한 사우드 나수티온 감찰관과 존 샘슨 반장도 1년간 승진을 제한했다”고 수습에 나섰지만 반응은 차가웠다. 인드리아 페르니다 실종ㆍ폭력 피해자 위원회(KONTRAS) 부조정관은 “경찰과 검찰이 힘있는 사람의 사건은 외면한 채 사소한 범죄에만 집착한다”고 비난했다.

하라합 경사가 증언한 샌들은 상표와 치수에서 소년이 가져간 것과 달라 실제 그가 샌들을 잃어버렸는지도 의심스럽다. 그러나 팔루시 법원은 이날 “드러난 증거와 증언으로 볼 때 피고가 경찰관의 샌들을 훔치지는 않았지만 절도죄를 저지른 건 맞다”고 유죄를 선고했다. 다만 “나이가 어린 만큼 부모가 집에서 아이를 훈육하라”며 구금하지는 않았다.

이동현기자 nan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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