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학생 1만여 명이 혜택을 받는 서울시립대 반값등록금 예산(148억1,400만원)이 새로 편성되면서 경제사정이 어려운 인문학ㆍ기초과학 분야 박사과정생 등을 대상으로 한 하이서울 장학금이 대폭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4일 서울시와 시의회에 따르면 올해 하이서울 장학금 대학원 분야 예산이 지난해 48억2,000만원(집행액 41억4,500만원)에서 23억6,500만원으로 절반 이상(51%) 줄었다. 시가 당초 40억3,700만원의 예산을 편성했는데 시의회가 신규 수혜자 몫으로 편성된 예산 16억7,200만원(운영비 포함 17억8,000만원)을 전액 삭감한 것이다.
이에 따라 올해 상반기 서울시내 대학원 장학생 선발이 불가능하게 됐다. 시는 지난해 하반기 대학원 분야 신규 장학생 308명을 선발한 것을 포함해 현재 총 860명의 대학원생에게 하이서울 장학금을 주고 있다. 이들의 장학금 수혜기간은 2년이어서 줄어든 예산으로는 이들을 지원하기도 빠듯하다.
시의회 다수당인 민주당의 한 의원은 “시립대 반값등록금에도 신규 예산이 많이 늘어나는데 대학원 박사 과정생의 경우 상대적으로 학부생보다는 경제 사정이 낫고, 자기 공부를 더 하기 위해서 스스로 하는 것이기 때문에 대학생에 투자하는 게 더 바람직하다고 판단해 하이서울 장학금 예산을 줄인 것”이라며 “예산배정에서 정책 우선순위 조정은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저소득 가정의 고교생을 대상으로 한 하이서울 장학금도 대폭 축소된다. SH공사가 하이서울 장학금 고교생 분야에 쓰이는 출연금을 지난해 100억원에서 40% 줄인 60억원만 편성했기 때문이다. SH공사의 이번 조치는 박원순 시장이 “임기 3년 내에 7조원의 서울시 부채를 줄이겠다. SH공사가 시 부채의 관건”이라며 지적한 영향이 크다는 분석이다.
대학원생ㆍ일반고생ㆍ자사고생을 포함한 하이서울 장학금 전체 예산은 지난해 155억8,800만원(SH공사 기탁금 100억원 포함)에서 올해 137억1,600만원(SH 기탁금 60억원)으로 12.1% 감소했다. 자율형 사립고인 하나고에 진학한 저소득 가정 학생을 위한 하이서울 장학금은 지난해 3억2,400만원에서 올해 4억8,800만원으로 늘었다.
이에 대해 김정재 시의원(한나라당)은 “재학생 가운데 지방 출신이 60%인 시립대 반값등록금 때문에 정작 서울 학생을 대상으로 한 하이서울 장학금을 줄인 것은 아이러니”라며 “반값등록금도 중요하지만 선진국에서도 본격적인 학문탐구는 학부가 아닌 대학원에서 시작한다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대학원생들은 아쉬움을 나타냈다. 연세대 대학원 천문우주학과에 다니는 한 박사과정생은 3일 자신의 트위터에 “하이서울 대학원장학금이 없어진다니. 나만 홀랑 2년간 받아먹은 기분이 든다”란 글을 올렸다.
김청환기자 ch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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