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부만 잘하면 뭐든 게 용서되는 입시교육이 학교폭력이란 괴물을 만들어 냈습니다."
"엄한 처벌만이 능사가 아니죠. 가해학생들을 진짜 반성하게 하는 것이 교육의 역할입니다."
4일 오후 서울 종로구 동숭동 흥사단 강당에서 전국교육희망네트워크 등 교육시민단체들이 긴급토론회를 갖고 학교폭력 해결을 위해 머리를 맞댔다. 전문가들은 성적 말고는 인정받을 길이 없는 입시교육의 폐해가 안으로는 자살, 밖으로는 집단 따돌림으로 아이들을 내몰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렇다고 해서 형사처벌 연령을 낮추는 식의 처벌 위주 대책에는 반대했다. 그보다 교사에게 권한을 주고 중재자 역할을 부여함으로써 학교 안에서 해결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이었다.
발제자로 나선 박종철 전국교직원노동조합 학생생활국장은 "학교폭력 문제는 학교 안에서 해결하는 게 가장 효과적"이라고 전제한 뒤 "교사에게 가해·피해 학생에 대한 1차 조사권, 학부모 면담권 등 권한을 부여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현행 학교폭력예방 및 대책에관한법률은 "학교폭력 현장을 보거나 그 사실을 알게 된 자는 학교 등 관계 기관에 이를 즉시 신고하여야 한다"고 밝히고 있지만 교사에게 어떠한 권한도 부여하고 있지 않다.
가해학생에 대한 선도는, 현재 논의되고 있는 형사처벌 강화보다 교육벌을 활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 국장은 가해학생에게 잘못된 행동을 분명히 인식하게 하고, 반성을 이끌어내기 위해 재발방지 서약서를 쓰게 하고 공개사과하는 등의 교육벌을 줄 것을 제시했다. 그는 "다른 학생들 앞에서 공개사과를 함으로써 무자비한 폭력으론 결코 인정받을 수 없다는 걸 깨닫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문재현 마을공동체교육연구소 소장은 학교폭력을 주도하는 '일진'의 구조를 파악해 학교폭력 문제에 대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문 소장은 "전국적으로 일진 실태조사를 실시하고, 이들이 공터와 놀이터 등에서 활개치지 못하도록 학교, 경찰과 협조한 지역사회 차원의 노력도 뒤따라야 한다"고 말했다.
배경내 인권교육센터 들 상임활동가는 "한국 학생들은 사회적 상호작용 부문에서 OECD 국가 중 최하위를 차지할 정도로 더불어 사는 능력이 부족하다"며 "학생인권 강화와 민주교육을 통해 학교문화 개선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강윤주기자 kka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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