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당의 문턱이 사라지고 있다. 한나라당은 당적이 없는 비(非)당원을 대거 최고 의사결정 기구에 참여하도록 했고, 통합민주당은 당 지도부 결정권을 당원이 아닌 일반 국민에게 개방했다. 정당이 폐쇄적인 당원 조직에서 개방형으로 바뀌고 있는 셈이다. 하지만 이념 정당의 전통적 운영 원칙 등을 고려하면 정당정치의 위기를 보여 주는 것이란 지적도 있다.
한나라당 비상대책위원회에 참여하는 위원 가운데 외부에서 영입된 김종인 이상돈 조동성 조현정 이양희 이준석 비대위원 등은 아직까지 한나라당에 입당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한나라당 당원이 아닌 외부 인사들이 일상적 당무뿐 아니라 정강정책, 4월 총선 공천 방향 등 당의 핵심 현안에 대해 결정하는 과정에서 주도하고 있는 셈이다.
물론 비대위 또는 최고 의사결정 기구와 관련해 당적을 제한하는 별도의 규정은 없다. 선관위 관계자는 "당헌ㆍ당규에 따라 내부적으로 운용하는 것이지 정당법으로 규제할 사안이 아니다"고 설명했다. 한나라당 관계자는 "비대위는 말 그대로 비상 상황에서 만들어진 기구로 비대위원 당적 문제에 대해서는 당헌ㆍ당규에도 별도 규정이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당의 최고의사결정기구를 비당원에게 개방하는 것은 정당의 운영 원칙과는 다소 어긋난다는 지적도 있다. 이내영 고려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친이계와 친박계로 양분된 한나라당 구조상 당내에서 근본적 쇄신을 하기에는 어려운 현실을 이해한다"면서도 "당적도 없는 외부 인사를 최고의사 결정기구에 포함시킨 것은 정당 스스로 쇄신할 능력이 없다는 한계를 노출하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민주통합당은 15일 지도부 경선 투표권을 일반 국민들에게 개방해 부여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4일까지 신청한 선거인단 규모는 30만명에 육박했다. 일반 국민도 신청 대열에 포함돼 있지만 대체로 각 후보 캠프가 모바일이라는 새로운 수단을 이용해 동원에 나섰을 것으로 관측된다.
이와 관련, 민주통합당 주변에서 한때 조국 서울대 교수의 입당 논란이 불거지기도 했다. 통합 과정에서 혁신과통합 운영위원으로 참여했던 조 교수가 지난달 26일 민주통합당 지도부 컷오프 경선 당시 시민통합당의 특별선거인단 자격으로 한 표를 행사한 것이 와전돼 입당설로 번진 것이다. 민주통합당 관계자는 "조 교수는 시민통합당의 특별선거인단으로 15일 본경선에서도 투표권을 가지고 있지만 시민통합당이나 민주통합당에 입당한 것은 아니다"고 밝혔다. 조 교수도 "특별선거인단에 포함된 사실이 입당으로 와전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김정곤기자 jk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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