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뢰의혹에 휘말린 정용욱씨는 그 동안 방송통신업계에서 '황태자'로 불렸다. 2008년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의 정책보좌관으로 임명된 그는 직급상으론 과장급(4급)이었지만 '양아들'이란 별명이 말해주듯 '최 위원장의 대리인'처럼 알려져 있었다고 한다.
그러다 보니 업계에선 이권이 걸린 각종 사안에 정씨가 '최 위원장의 뜻'인양 직간접적으로 관여했다는 의혹이 속속 제기되고 있다.
특히 방송사업과 관련된 소문들이 많다. 예컨대 대형 종합유선방송업체(MSO)인 A사는 타사 인수과정에서 제도적 걸림돌이 있었으나 이를 해결하고 M&A에 성공했는데, 이 과정에서 정 씨가 A사의 로비를 받고 영향력을 행사했다는 얘기가 돌고 있다. 업계의 한 소식통은 "A사 소유 골프장이 로비장소로 쓰였고 법인카드 및 자금 등을 정 전 보좌관에게 건넸다는 소문이 돌았다"고 말했다.
지난해부터 허용된 간접광고(PPL) 및 케이블TV의 채널 선정과 관련해서도 정씨의 개입의혹이 일고 있다. PPL의 경우 정씨가 특정 방송사에 간접광고를 하도록 기업을 압박하고, 광고가 나가면 방송사에서 사례를 받았다는 것. 이뿐만 아니라 프로그램 공급업체(PP)인 B사로부터 유리한 채널 배정을 위해 로비를 받았다는 얘기도 나온다.
방통위 내부에서도 인사 때마다 정씨가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했다는 소문이 돌곤 했다. 방통위 관계자는 "사실여부는 알 수 없지만 일부 공무원들이 정씨에게 인사를 청탁한다는 설이 있었고 실제로 정씨가 인사 대상자에게 직접 이동 사실을 사전에 통지한 경우도 있었다고 들었다"고 말했다.
때문에 이번 수뢰의혹이 나오자 일각에선 "언젠가는 터질 일이 터지고 만 것"이란 반응이 나오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정씨가 실세처럼 행동한다는 건 어제오늘의 얘기가 아닌데 최 위원장이 이를 몰랐다 해도 문제이고 만약 알고 있었다면 더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하지만 정 씨의 한 지인은 "최근 통화를 했는데 본인은 모든 의혹을 부인하고 있다"고 전했다.
최연진기자 wolfpack@hk.co.kr
채희선기자 hscha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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