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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가게에 재능 기부하는 김효자씨/ 낡은 청바지를 '착한 슬리퍼'로…재봉틀 천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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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가게에 재능 기부하는 김효자씨/ 낡은 청바지를 '착한 슬리퍼'로…재봉틀 천사

입력
2012.01.04 17: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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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건강해서 봉사할 수 있다는 거 자체가 좋은 거지."

4일 오전 서울 용산구 아름다운가게 서울역점에서 만난 김효자(72)씨는 자원봉사를 하는 이유에 대해 활짝 웃으며 이렇게 대답했다. 김씨는 2004년 6월부터 이곳에서 매주 수요일 매장 관리와 안내 봉사를 하고 있다. 지금까지 봉사한 시간만 2,307시간. 100일 가까운 시간이다. 2005년부터는 특별한 재능 기부도 함께 하고 있다. 안 입는 청바지로 슬리퍼를 만들어 판매용이나 선물용으로 아름다운가게에 무상기증하는데 지금까지 총 1만켤레의 슬리퍼를 만들었다.

전업주부였던 김씨는 나이 쉰줄에 들어선 1993년 대전엑스포 자원봉사로 봉사활동의 길에 들어섰다. 그는 "평소 연마한 일본어 실력을 활용해 통역봉사를 하다 보니 자원봉사에 매료됐다"며 "오죽 즐거웠으면 당시 살고 있던 서울 은평구 역촌동에서 대전까지 한 달 내내 열차로 통근할 정도였다"고 말했다. 2000년부터는 경기 안양시 평촌여성회관에서 배운 제빵기술로 동사무소에서 지정한 가구에 빵을 무료로 전달하는 봉사를 시작했다. 2002년 한일월드컵 때도 일본어 통역 봉사활동을 했다.

김씨가 청바지로 슬리퍼를 만들기 시작한 것은 1995년. 두 아들을 모두 대학에 보낸 뒤 서울대병원에서 안내 근무를 하던 무렵이다. 그는 "버려지는 청바지가 아까워 슬리퍼를 만들어 며느리에게 선물로 줬는데 며느리가 참 좋아했다"며 "다른 사람도 기쁘게 하자며 매년 불우환자를 위해 100켤레씩 서울대병원 바자회에 기부했다"고 말했다.

김씨가 만든 청바지 슬리퍼는 2005년 아름다운가게가 주최한 '아름다운 재활용 상품 공모전'에서 2등을 차지했고 이 때부터 매년 1,000켤레 이상 제작하고 있다.

슬리퍼를 만드는 과정은 간단치 않다. 못 입는 청바지를 칼과 가위로 해체하고, 슬리퍼 모양으로 재단하고, 면이나 솜을 덧대 재봉틀로 박는 일까지 하나의 슬리퍼를 만드는 데 최소 1시간은 걸린다. 김씨가 1년에 만드는 슬리퍼가 1,000켤레 이상이니 1,000시간, 즉 매년 꼬박 한 달 이상을 투자한 셈이다.

이렇게 만들어진 김씨의 슬리퍼는 아름다운가게 서울역점에서 판매되고 있다. 다른 지점이 문을 열 때 개점 기념식 선물이나 1,000시간 자원봉사자 등에게 주는 선물로 활용되기도 한다.

스스로를 "가만히 있으면 못 사는 성격"이라고 밝힌 김씨는 "건강이 닿는 한 자원봉사도 계속 할 계획이다. 청바지 슬리퍼가 사회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면 기쁘겠다"고 말했다.

배성재기자 passi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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