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직폭력배가 8년간 대학 총학생회를 장악하고 학생회비를 빼돌려 조직 운영비로 사용한 영화 같은 일이 실제로 벌어졌다. 조폭두목과 간부 조직원들은 매년 돌아가며 총학생회장을 지냈다.
전남 광양경찰서는 4일 조직원들을 광양시 소재 A대학 총학생회장에 당선시키는 방법 등으로 총학생회를 장악하고 학생회비를 8년간 3억 7,000여만원을 상납 받아 조직운영자금 등으로 사용한 광양지역 조폭인 '라이온스파' 두목 주모(44)씨 등 조직원 9명을 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위반 및 단체구성 혐의로 구속했다고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2004년 A대학 총학생회장으로 활동한 주씨는 졸업 후에도 자신의 조직원들을 행동대장 등 조직간부들을 학생회장에 당선시켜 매년 4,000만원 상당의 학생회비를 상납 받아 조직운영자금으로 사용한 혐의를 받고 있다. 학생회장에 당선된 조직원들은 매년 1억원에 달하는 학생회비 중 5,000만~6,000만원을 학생회비로 사용하고 나머지 돈을 주씨나 주씨 부인 계좌로 입금, 조직원의 변호사비나 영치금 또는 조직원 단합대회 비용 등 조직운영에 사용한 것으로 조사됐다.
라이온스파는 자금줄을 매년 확보하기 위해 총학생회 선거과정에 개입, 조직원 외에는 선거에 나오지 못하도록 사건 포섭 또는 협박 등을 동원, 타 후보의 출마를 포기시켰다. 대학생 조직원을 구하지 못한 해에는 말을 잘 듣는 일반학생을 대리인으로 내세워 당선시켰던 것으로 조사됐다. 라이온스파가 조폭 총학생회장을 내세워 8년 동안 빼돌린 학생회비만 무려 3억7,000만원이다.
주씨는 2004년 등록금만 내면 사실상 입학이 가능한 점을 알고 2년제인 이 대학 사회복지학과에 입학한 뒤 나이와 연륜을 간판으로 총학생회장에 당선됐다. 그는 신입생 오리엔테이션이나 MT 등으로 총학생회가 제법 큰 돈을 굴린다는 사실을 파악, 회비 빼돌리기에 나섰고 후배 조직원들에게 대물림을 한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관계자는 "주씨 등 조폭 학생회장들이 간이영수증 등으로 사용내역을 조작해도 학생회나 학교에서는 누구도 시비를 걸지 않았다"며 "조직에 속하지 않은 일부 학생회 간부나 교수들도 이들이 조폭인지 알고 있었지만 보복이 두려워 말을 못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조폭 학생회장들은 학생회비를 주씨가 차린 유령 광고회사의 광고대행비나 행사비로 처리한 뒤 조직에 상납했다.
이번 사건은 지난해 4월 광양지역 양대 조폭 중의 하나인 백호파가 라이온스파와의 세력다툼과정에 밀리면서 경찰에 제보, 수사에 착수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폭력조직 대학총학생회 장악 사례가 인근 지역 대학 3, 4곳에서도 있다는 첩보에 따라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경찰은 앞서 라이온스파 45명, 백호파 10명 등 광양지역 조폭들을 검거, 이권개입 및 자금형성과정에 대한 조사를 벌였다.
광양=박경우기자 gw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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