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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성남시와 시의회, 초등생이 싸우듯…

입력
2012.01.04 1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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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산안을 놓고 벌이는 경기 성남시와 성남시의회 간의 밀고 당기기가 감정싸움으로까지 번지고 있다. 한나라당이 다수당인 시의회는 지난해 말 예산안을 통과시키면서 민주당 출신인 이재명 시장의 판공비를 0원으로 책정했다. 이에 발끈한 시는 4일 시의회 의장의 업무추진비 카드를 정지시키는 반격을 가했다. 마치 초등학생들의 싸움을 연상시킨다.

성남시와 시의회의 갈등은 이뿐이 아니다. 지난달 30일 시의회는 올해 시 총예산(2조651억원) 중 13.7%(2,833억원)를 삭감했다. 깎은 액수도 액수지만 삭감 내역을 자세히 살펴보면 이재명 시장의 역점 사업 예산을 대부분 도려냈다. 다분히 감정이 섞여 있다고 볼 수밖에 없다.

시의회는 이 시장이 의욕적으로 추진해온 시립의료원 건립 사업과 사회단체 보조금, 위례신도시 개발사업 예산 등을 대거 삭감했다. 청소 용역비 절반을 깎은 데 대해서는 '1년에 6개월만 청소하든지, 시내 절반만 청소하란 뜻'이라는 비아냥까지 나오고 있다.

특히 시장ㆍ기관장 판공비와 시정 홍보예산을 전액 삭감한 것은 정도를 지나쳤다는 지적이 많다. 시장이 아무리 밉다 하더라도 시정을 이끌 최소한의 지원마저 끊은 것은 과도하다.

시의 반격도 유치하기 짝이 없다. 시는 예산 삭감 다음날인 시의회 의장, 부의장, 상임위위원장 등 법인 카드비 1억3,000여만원을 예산 배정 보류 조치했다. '내 손발을 묶었으니 너희들도 당해보라'는 식이다. 또 시의원들이 연수 등 의회 업무를 수행하면서 사용하는 의정운영 공통경비, 의정활동 홍보비도 모두 배정 보류했다.

시민들은 시장과 시의원들의 판공비에 대해선 별 관심이 없다. 오히려 이들이 스스로 판공비를 줄여 세금이 절약된다면 박수를 보낼 일이다. 하지만 현재까지 벌어진 양측의 대응은 상대를 철저히 짓밟겠다는 오기,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시의회의 의도대로 시장이 대외 업무에 수행에 차질을 빚고, 시의 뜻대로 시의회들이 의회 업무를 제대로 처리하지 못하게 된다면, 그 피해는 누가 받겠는가. 감정싸움에 매몰돼 시민을 생각하지 못하는 시와 시의회의 단견이 안타깝기만 하다.

강주형 사회부 기자 cubi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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