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수감 중인 탈레반 고위급 지도자를 석방하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프가니스탄 탈레반과 평화협상을 공식화하기 위한 유화조치로 보인다. 탈레반도 국제사회와 평화협상을 하기 위해 카타르에 연락사무소를 설치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영국 일간 가디언 등 외신은 “미국이 쿠바 소재 관타나모수용소에 수감된 탈레반 지도부의 석방에 원칙적으로 동의했다”고 3일 보도했다. 석방 대상으로 거론되는 인물은 탈레반 정부 시절 내무장관이던 물라 카이르 등 5명이다. 탈레반은 물라 파즐 아쿤드 전 사령관의 석방도 요구하고 있는데 미국은 아쿤드가 시아파 무슬림을 학살한 전력이 있어 카타르 등 제3국으로 인도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아프간 고위관계자는 “탈레반은 미군 병사 보 버그달 병장을 억류하고 있다”며 “탈레반 고위 지도부의 석방을 촉구하기 위해 버그달 병장의 석방을 협상 카드로 쓰는 것 같다”고 워싱턴포스트(WP)에 말했다.
아프간 탈레반은 앞서 3일 자신들의 선전 사이트인 ‘성전의 목소리’에 올린 성명에서 “카타르를 포함한 관련국들과 해외 연락사무소 개설에 잠정 합의했다”며 “이는 국제사회와 평화협상을 하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아프간평화위원회의 아르살라 라흐마니 수석위원은 “탈레반 최고지도자 물라 오마르의 개인비서 겸 대변인인 타야브 아그하 등이 며칠 사이에 가족과 함께 카타르로 이주했다”고 밝혔다. AFP통신은 “아그하는 오마르와 연락이 닿는 유일한 사람”이라고 지적했다.
지난해까지 미 정부의 아프간 평화협상 고문을 지냈던 발리 나스르 터프츠대 교수는 “카타르 연락사무소 개설은 극적인 돌파구”라며 “아일랜드 평화협상의 선례를 따라 탈레반이 제도권으로 들어올 수 있을 것”이라고 긍정적 평가했다.
그러나 아프간 평화 협상이 탈레반과 미국의 직접협상으로 흘러가는 것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아프간의 고위당국자는 “모든 평화협상 과정을 아프간 정부가 통제해야 한다는 조건으로 연락사무소 개설을 동의했다”며 “아프간 정부가 주도하는 협상이 아니라면 모두 실패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자비울라 무자히드 탈레반 대변인은 “우리는 미국과의 협상에만 관심 있다”며 아프간 정부와 선을 그었다.
이동현기자 nan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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