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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과 문화] 사랑과 열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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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과 문화] 사랑과 열정

입력
2012.01.04 1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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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여행의 나라 이탈리아 베네치아에서 어느 무명 배우의 첫째 아들이 태어났다. 이름은 조반니 자코모 지롤라모 카사노바(1725~98년).

그에 대해 전해지는 이야기는 수많은 여인들을 따라 다니며 연애 행각만 벌이는 바람둥이 정도로 우리에게 익숙하게 알려져 있다. 그러나 유럽 전역에서 국왕이나 성주를 상대로 사업을 벌이거나 교황청 기사작위를 받는 등의 능력자였다는 것을 알고 있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그는 어린나이에 매우 병약해'식물 어린이' 같은 상태로 8세까지 고생을 했다. 시간이 지나 차츰 기력을 찾으며 유학생활을 시작한 그는 12세쯤 여성에게 눈을 뜨게 되며 인간으로서의 본능을 스스로 터득하게 된다. 그러면서도 엄격한 법학 공부를 하고 15세에 완전 삭발을 하며 성직에 입문한다. 당시의 좋지 않은 경제 여건과 환경을 잘 파악하고 있던 그는 성직을 직업으로 선택해 민법, 교회법 박사학위를 받기까지 된다. 이후 군인, 사업가, 소설가, 의사, 시인, 바이올린 주자, 도박가, 마법사 등 20 가지가 넘는 직업을 이용해 전 유럽을 돌며 평생 600여 명이 넘는 여인들과 만나 수많은 염문을 뿌리고 사건과 사고를 치게 된다. 심지어 연금술사라는 미명아래 재력가 출신의 후작, 백작 등을 속여 그 들의 후원을 받아 사치와 향락을 누리기도 한다.

당시의 유럽 최고의 문학가였던 볼테르 작품에 대한 비평서를 출판해 소설가로는 아마추어 수준이었던 카사노바는 궤변으로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수려한 화술과 인맥을 이용해 운 좋게 프리메이슨 단원이 되어 유럽 중요인사들과의 교류를 확보한다.

기인이라는 별명이 어울리는 그에게 절친하고 싶어하는 세계적인 작곡가 모짜르트도 있었다. 번득이는 기발한 아이디어가 부러워 그에게 오페라 작사를 부탁하려 했었다는 일화가 있었을 정도로 인기가 높았던 것이다. 심각한 죄를 지어 감옥에 갇혀 평생을 지내야 할 처지에 놓였던 그는 탈출에 극적으로 성공해 국가를 상대로 사기 치는 첩자로 전락하며 최악의 지경에 이른 적도 여러 번 있었다. 게다가 그는 놀랄만한 기억력을 전 유럽에서 교활하게 사기극에 이용했다.

이 모든 것들은 그의 독특한 성격에서 비롯됐다고 오늘날의 카사노바 연구가들은 이야기한다. 그는 상상 속에서 얻어지는 지식에 머무르는 것을 거부했다. 평생의 행적에서 많은 모순과 범죄로 얼룩진 삶을 볼 수 있다. 또한 잘못된 개념과 이상에서 분명히 부정할 수밖에 없는 측면이 있다. 하지만 자기가 얻기를 원하는 것이 있다면 늘 도전했고 포기하지 않았다. 평범하지 않은 창조적 삶을 위해 보편성과 안이함에 머무르지 않고 평생 모험을 통한 고통을 한 번도 저버리지 않았다.

"나는 여자를 위해 태어났으며 늘 여자를 사랑했다. 그리고 여성에게 사랑받기 위해 내가 할 수 있는 모든 일을 했다." 는 마지막으로 남긴 말에서 그가 원하는 인생을 위해 정열적인 노력으로 자신의 운명을 끊임없이 변화 시키려 했던 것은 인정할 만하다.

항상 그랬듯이 새해의 시작은 새로움에 대한 기대, 목표를 정하고 계획을 짜는 설렘으로 첫 발을 내딛는다. 정말 내 삶이 좀 더 나아지길, 부족함이 채워지길 바라는가? 인생의 변화를 원한다면 머리가 아닌 가슴 속에서 우러나는 진정한 열정이 없이는 불가능할 것이다. 그리고 그 열정의 원동력은 나 스스로에 대한 사랑과 믿음에서 나오는 것이리라. 올해엔 인생에 대한 진솔한 사랑과 열정을 가진 젊은이들이 많았으면 하는 바램이다.

송재광 이화여대 음대 교수 ·바이올리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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