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지평선] 강제규의 'My Way'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지평선] 강제규의 'My Way'

입력
2012.01.04 12:05
0 0

모든 영화감독에게는'마이 웨이'가 있다. 타고난 성품, 신념, 치밀한 계산, 아니면 어쩔 수 없는 상황 그 어디에서 비롯된 것이든 그 길을 간다. 임권택 감독에게는 그것은 한국적 전통과 한(恨), 이창동 감독에게는 뒤틀린 현실, 홍상수 감독에게는 날카로운 일상의 풍자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이따금 기를 쓰고 남의 길로도 가본다. 그러나 좋든 싫든, 성공하든 실패하든 결국에는 자기 자리로 돌아온다. 운명이다. 그래서 영화를 보면 감독을, 감독을 보면 영화를 알 수 있다."누가 제작비 수백억 원을 대주면 나도 저런 영화를 만들겠다"는 말은 거짓이다.

■ 강제규 감독에게도 '마이 웨이'가 있다. 그의 길은 역사적 비극, 극한의 현장 속에 뛰어든 인간, 그들이 지키려 발버둥치는 원초적 가치들이다. 남북이 날카롭게 대립하는 에서는 애정이고, 한국전쟁의 소용돌이에 휘말린 에서는 우애이고, 2차 세계대전으로 돌아간 에서는 우정이다. 시대는 거슬러 올라가고, 무대는 갈수록 커졌다. 주제인'사랑'의 대상도 남녀, 형제, 타인으로 점점 넓어졌다. 자연히 영화도 커졌다. 강제규로서는 당연한 발걸음이고 모험이다. 에 이은 의 성공이 준 자신감이다.

■ 강제규 감독이 에서 다시 전장을 무대로 선택한 것은 일종의 강조법이다. '사랑'은 언제, 어디에나 존재한다. 그러나 그는 그것을 포화 속에 던짐으로써 불덩이처럼 뜨겁게 만든다. 그 뜨거움이 결코 환영만은 아님을 강조하기 위해 그는 역사의 가닥으로 이야기를 엮고, 결코 영웅이라고 할 수 없는 실존인물들을 등장시킨다. 역시 한 장의 사진으로 남은 노르망디 전선의 코리안을 인력거를 끌었던 마라토너와 결합시켰다. 그리고는 그에게 전쟁의 광기와 조선인에 대한 편견과 적대감에 사로잡힌 일본인 청년과의 동행을 맡겼다.

■ 지난달 21일 개봉한 의 흥행이 신통찮다. 이제 겨우 관객 200만명이다. 1,000만 흥행감독의 280억원짜리 대작으로는 초라하다. 전쟁장면은 빼어나지만 이야기가 단조롭다, 인물의 입체감이 부족하다, 동어반복이다, 우정이 감동적으로 다가오지 않는다는 반응이다. 그러나 시선을 조금만 달리하면 영화처럼 우리 역시 과거 역사의 감정을 넘을 수 있다. 분명 보다 가 가려는 길은 넓고 멀다. 한국영화의 숙명이기도 하다. 그래서 더욱 14일 개봉하는 일본에서는 성공했으면 좋겠다. 이상한 해석을 하든 말든.

이대현 논설위원 leedh@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