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은 직접 산물을 생산하기보다 전국 각지의 재료가 모이는 곳이었다. 불과 50년 전만 해도 서울에는 논농사도, 밭농사도, 고깃배도 없었다. 사시사철 음식재료가 공수됐던 곳은 마포나루였다. 서울토박이 음식이 각 지역의 특산물들을 활용해 만들어진 건 이 때문이다.
급속한 산업화로 화학조미료와 서구 음식들이 물밀듯이 쏟아지면서 사대문 안 서울 토박이들의 밥상은 기억 속에서 점점 사라지게 됐다. 5일 오후 방송하는 KBS 1TV '한국인의 밥상'은 지난 100년간 서울 토박이의 밥상이 어떻게 변했는지 살펴본다.
설렁탕은 서울의 대표적인 음식이다. 한국전쟁 이후 여자의 몸으로 할 수 있는 일이 많지 않던 시절 차의전씨는 가족과 생계를 위해 설렁탕을 만들었다. 진한 육수를 만들려면 소 한 마리가 들어가야 한다는 차씨는 대를 이어 설렁탕을 끓이는 아들 옆에 늘 함께한다.
서울 종로구에서 태어난 김숙년씨는 탕국 문화가 서울 음식의 중심이라고 말한다. 4대가 모인 40여명 대가족 사이에서 자란 김씨는 한 집에서 100년 가까이 살며 예의범절과 음식문화를 고스란히 이어받았다. 김씨에 따르면 멸치육수를 쓰는 타 지역과 달리 서울에서는 양지머리로 만든 육수가 기본이었다.
서울 토박이였던 최복순씨는 같은 서울 토박이 남편을 만나 결혼했다. 1년에 최소 18번, 많게는 23번 제사를 지내온 최씨는 서울 토박이 음식으로 명절 때 즐겨먹었던 족편, 겨울이면 잊지 않고 간장으로 담갔던 장김치, 양지머리로 육수를 낸 무국을 선보인다.
고경석기자 kav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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