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경은 쿠바. 주인공은 노년의 남자다. 구두닦이로 연명하는 이 남자의 과거는 음악으로 휘황했다. 영화광이라면 퍼뜩 한 영화를 떠올릴 만하다.
스페인영화 '치코와 리타'는 애니메이션판 '부에나 비스타 소셜 클럽'(1999)이다. 쿠바혁명 직전 전성기를 누렸다가 음악과 강제 이별해야 했던 쿠바 음악인들의 행방을 좇아 결국 그들을 다시 무대 위로 복귀 시켰던 '부에나 비스타 소셜 클럽'과 닮은 꼴이다. 재즈 피아니스트로 화사한 젊음을 꽃피었던 주인공 치코의, 사랑하는 여인 리타를 향한 사무친 감정이 크게 다른 점이라 할까.
1950년대 쿠바 음악과 재즈로 귀가 호강하는 영화다. 재즈의 전설 찰리 파커가 등장하고 디지 길레스피와 냇 킹 콜의 음악이 흐른다. 재즈 팬이라면 60년 전으로 시간여행을 하는 듯한 기쁨을 마주하게 된다. 간결한 선과 알록달록한 색감으로 그려진 그림은 재즈의 즉흥연주를 연상케 하며 시선을 잡는다. 아바나의 한 클럽에서 우연히 마주쳐 한눈에 반한 치코와 리타가 연출하는 사랑과 오해의 서사는 통속적이지만 낭만을 자극한다.
영화는 '베보 발데스에게 바칩니다'며 끝을 맺는다. 발데스는 쿠바혁명 이후 스웨덴에서 오랜 은둔 생활을 했던 쿠바 출신 재즈 피아니스트다. 일흔이 넘어 새 앨범을 발표하고 그래미상까지 거머쥔 그의 삶은 치코의 모델이 됐다. 영화 속 많은 음악이 그의 손에서 비롯됐다. 1992년 미국 아카데미영화상 최우수외국어영화상을 수상한 페르난도 트루에바, 유명 일러스트레이터 하비에르 마리스칼, 토노 에란도가 공동 연출했다. 지난해 제7회 제천국제음악영화제 대상을 받았다. 5일 개봉, 15세 이상 관람가.
라제기기자 wender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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