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 값 폭락은 사육두수가 대폭 늘어난 게 가장 큰 원인이지만, 정부가 그간 손을 놓고 있었던 것도 큰 영향을 미쳤다. 견디다 못한 축산농가들이 ‘못 살겠다’고 비명을 지르자, 정부는 부랴부랴 한우암소 도태(淘汰)장려금 지원 등의 대책을 내놨다.
4일 농림수산식품부에 따르면 한우(600㎏) 평균 산지가격은 지난해 초 547만원에서 연말 439만원으로 떨어졌다. 특히 2010년 11월 24만원 하던 젖소 송아지(1주일 된 수컷)는 지난달 하순 1만8,000원(2011년 12월 하순)까지 곤두박질쳤다.
이는 사육두수 증가 때문이다. 통계청 ‘가축동향조사’에 따르면 한ㆍ육우는 2008년 243만 마리에서 2010년 292만 마리로 늘었다. 지난해엔 사상 최악의 구제역이 발생해 약 15만 마리가 살처분 됐음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304만 마리로 증가해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적정 사육두수(240만~270만두)에 비해 12.6~21.1%나 많은 것이다.
이처럼 사육두수가 늘어난 데는 2008년 도입한 ‘쇠고기 이력제’와 ‘원산지 표시제’영향이 크다. 새로운 제도 도입으로 품질관리가 강화돼 소 값이 500만~600만원대 를 꾸준히 유지하자, 농가에서 소를 더 많이 키운 것이다. 특히 새끼를 낳는 암소는 최근 1년 간 소비량(70만두)을 고려할 때 90만~100만두가 적정수준인데도 현재 140만두까지 늘어났다.
정부도 소 값 하락을 예상해 대책을 내놓긴 했으나 성과가 없었다. 지난해 농식품부는 등급이 낮은 한우 암소 10만두를 자율 도태(도축)시키는 사업을 추진했으나 2만9,000두를 줄이는 데 그쳤다. 노수현 농식품부 축산경영과장은 “작년 9월까지만 해도 한우 송아지 값이 165만원으로 비교적 괜찮았기 때문에 농가 참여가 저조했다”고 분석했다.
소비 촉진 노력도 허사였다. 농식품부는 지난해 한우불고기를 반값으로 할인해 2,213톤을 판매하고, 추석 명절용 선물세트 할인판매, 매주 금요일 한우고기 먹는 날 등의 소비촉진 운동을 펼쳐 전년 대비 소비량을 16.3%나 늘렸지만, 사육두수 증가를 감당해내진 못했다. 권찬호 농식품부 축산정책관도 “이런 대책으로 산지 소 값을 안정시키는 데는 한계가 있었다”고 인정했다.
이날 정부는 보다 적극적인 소 값 안정대책을 내놨다. 농식품부는 올해 300억원의 예산을 확보, 농가가 새끼를 낳지 않은 암소를 도태시키면 1마리 당 50만원(60개월령 이하는 30만원)의 장려금을 지원할 예정이다. 군에 납품하는 한우 쇠고기의 비율도 높이기로 했다. 노수현 축산경영과장은 “군인 1인당 하루 수입쇠고기 공급량을 14g에서 9g 이하로 줄이고, 대신 한우로 대체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박민식기자 bemyself@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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