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혼한 전처와의 사이에 낳은 아들을 폭행해 장애인으로 만든 뒤에도 지속적으로 학대한 남성에게 집행유예가 선고됐다. 하지만 처벌이 너무 가볍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서울서부지법 형사합의 11부(부장 김종호)는 3일 엄마를 보러 가겠다는 아들(16)을 폭행해 뇌병변 2급 장애인을 만들고 재활치료를 받던 아이를 또 다시 폭행 및 학대한 혐의(폭행치상 등)로 불구속기소된 유모(45)씨에게 징역 1년,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피고인은 아들에게 훈육에 필요한 정도를 넘어서는 신체적, 정서적 학대행위를 해 장애를 입혔고 학대를 오랫동안 지속해 죄질이 불량하다"고 밝혔다.
유씨는 전처 이모씨와 지난 1995년 결혼해 이듬해 아들 유모군을 낳았다. 부부는 결혼 7년 만에 헤어졌고 유군은 아버지의 손에 길러졌다. 이혼 후 술에 찌들어 살던 유씨는 점차 난폭한 성격으로 변했다. 화를 참지 못하고 아들에게 폭행을 일삼던 유씨는 결국 아들이 11살이 되던 지난 2008년 일을 저질렀다. 엄마 집에 다녀오겠다는 아들의 말에 화가 난 유씨가 숟가락을 던지며 의자를 발로 찼고, 유군은 이를 피하려다 넘어져 싱크대 모서리에 머리를 부딪혔다. 불운하게도 머리의 가장 윗부분인 두개관이 함몰되는 골절상을 입은 유군은 뇌병변 2급 장애 판정을 받았다.
유씨의 학대는 이후에도 멈추지 않았다. 같은 해 6월 병원에서 재활치료를 받던 아들이 훈련을 게을리 한다며 구멍이 남아있는 아이의 머리를 손으로 때려 어지러움증을 유발시켰다. 지난해에는 귀가 시간이 늦었다는 이유로 집 밖으로 내쫓기도 했다. 더 이상 두고 볼 수 없던 전처 이씨는 유군을 병원에 입원시키고 보호에 나섰다. 유씨는 병원을 찾아와 이씨와 양육문제로 언쟁을 벌이다 폭행까지 저질렀다.
이번 판결과 관련, 형량이 너무 낮은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학대아동 보호기관의 한 관계자는 "자식에게 돌이킬 수 없는 상처를 남기고도 뉘우치기는커녕 상습적으로 폭행을 저질렀다면 아무리 가족관계라도 엄하게 처벌해야 한다"며 집행유예 결정을 비판했다. 이에 대해 재판부는 "피해자인 아들과 전처가 유씨에 대해 관대한 처벌을 원하고 있고 유씨가 벌금형을 초과하는 처벌을 받은 전력이 없는 점 등을 고려했다"고 해명했다. 검찰은 현재 유군이 이씨 보호 아래 있어 더 이상 추가 피해 우려가 없는 점 등을 고려해 항소여부를 결정할 계획이다.
손현성기자 hsh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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