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도서 및 일부 산간지역에서 앞으로 발생할 물 부족 사태를 해결하기 위해 중소형 규모의 친환경 댐을 건설하는 방안을 최근 제시해 논란이다. 이런 댐 건설계획은 하천법에 따라 20년마다 수립되는 수자원 분야 최상위 계획인 '수자원장기종합계획'을 국토해양부가 5년마다 수정 보완하는 과정에서 처음 공개됐다.
댐 건설계획 발표가 공교롭게도 4대강 사업이 마무리된 시점과 맞물리면서 묘한 파장을 낳고 있다.
박창근 관동대 토목공학과 교수는 친환경 댐 건설을 허용해서는 안 된다는 입장이다. 그는 "4대강 사업만으로 국내 물 부족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있다고 하던 정부가 다시 댐 건설을 들고 나온 것은 실패한 4대강 사업에 대한 은폐작전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댐 건설을 찬성하는 쪽의 시각은 180도 다르다. 중소댐 건설이 장기적인 관점에서 볼 때 국내 수자원 관리에 반드시 필요한 사업이라고 주장한다. 윤용남 고려대 명예교수가 그런 논리를 펴고 있다. 그는 "과거 대규모 다목적댐 건설을 통한 광역단위 수자원 개발을 탈피한 친환경 중소댐 건설은 맞춤형 수자원확보 계획의 전형이라고 봐야 한다"며 "앞으로 기후변화 등을 고려한 수자원정책의 패러다임 변화를 잘 보여주고 있다"고 평가했다.
● 친환경 중소댐이란
친환경 중소댐은 앞으로 국내에서 국지적으로 발생하는 물 부족에 대처하기 위해 정부가 내놓은 이른바 '물 대책'의 핵심 개념이다. 주무부처인 국토해양부는 수자원 분야 최상위 계획인 '2001~2020 수자원장기종합계획'의 2차 수정계획을 최근 발표했다.
수정계획엔 도서 및 산간 등 일부 지역에 가뭄 정도에 따라 최대 5억 톤에 가까운 물 부족이 생길 수 있다고 보고, 이에 대한 대책으로 친환경 중소댐 건설계획을 집어넣은 것이다. 그러나 언제까지 어느 지역에 얼마 규모로 친환경 중소댐을 짓겠다는 식의 구체적인 계획은 제시되지 않아 '여론 떠보기용'이 아니냐는 시각도 있다.
이태무기자 abcdefg@hk.co.kr
● 반대/ 댐 건설해 추가로 물 확보 한다는 건 실패한 '4대강사업'의 은폐작전일 뿐
4대강사업으로 정부는 물부족 문제를 근원적으로 해결할 수 있다고 했지만, 댐을 건설해 추가로 물을 확보한다고 한다. 6개월 동안 밀실에서 주물럭거린 '4대강사업 마스터플랜(2009년 7월)'에 따르면, 2016년도에 10억톤의 물이 부족하기 때문에 13억톤의 물을 4대강사업으로 확보할 계획이었다. 수많은 토론회, 강연회, 국회 국정감사장 등에서 국토부장관을 비롯한 정부측 관계자들은 4대강사업으로 우리나라 물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한다고 주장하면서, 22조원이 소요되는 4대강사업의 타당성을 강변했다. 그런데 4대강사업이 끝나가는 현시점에서 국토부는 수자원장기종합계획을 통해 4.6억톤의 물이 부족하기 때문에 중소댐 건설계획을 발표했다. 그러면 4대강사업은 왜 했는지에 대한 근본적인 의문이 생긴다.
잠깐 뒤돌아 가보자. 4대강사업 마스터플랜에서도 물부족 지역은 산간농촌과 도서해안지역이라고 기술하고 있다. 즉 4대강 인근 지역인 수도권, 부산, 대구, 광주 등에서 지난 30년간 물이 부족해 제한급수를 한 경험이 없다. 그럼에도 4대강에서 물확보 사업을 했는데, 정부는 확보된 물에 대한 사용계획이 없다. 4대강에 확보된 물을 펌핑해 산간과 도서지역에 공급할 수 없기 때문이다. 물확보라는 4대강사업의 목적이 허구였음을 알 수 있다.
다시 국토부의 발표에 따르면 물이 부족한 지역은 '도서 및 산간 등 일부지역'인데, 해결 방안으로 '중소댐 건설과 지하수 개발'을 제시하고 있다. 지하수개발은 양념이고 댐건설이 목표이다. 4대강사업으로 물부족 문제는 해결되지 않았고 진짜 물부족지역에 물을 공급할 금번 계획은 실패한 4대강사업의 은폐용이라 할 수 있다. 은폐용이라도 댐건설은 번지수를 잘못 짚었다.
2009년초 강원 태백에서 광동댐의 물부족으로 88일간 제한급수를 했다. 2008년 여름이 끝날 무렵 수자원공사가 광동댐의 물을 방류했는데 그 후 비가 오지 않아 광동댐에 물을 채울 수가 없었다. 또한 태백지역의 누수율이 40~50%에 이른다. 정수장에서 공급되는 물의 절반이 중간에서 사라진다는 뜻이다. 그럼에도 수자원공사는 댐을 추가로 건설하겠다는 계획을 세웠지만, 해당주민과 갈등으로 보류되었다.
정부는 가뭄과 홍수 같은 물문제가 발생하면 기후변화 때문이고, 해결책은 댐건설인데 환경단체와 주민의 반대로 더 이상 댐을 만들기가 어렵다는 상투적인 논리를 사용한다. 물문제 발생 원인을 '기상이변, 기후변화'에 둔 것은 30년 전부터다. 식상한 단골메뉴인 셈이다. 현재 건설중인 댐은 영주댐, 군위댐, 성덕댐, 부항댐, 보현산댐, 한탄강댐, 군남댐(최근 준공), 담양 및 화순홍수조절지 등 모두 9개에 이른다. 수자원공사가 현재 관리하고 있는 다목적댐이 16개임을 감안하면, 지금은 댐건설 르네상스 시대다.
정부는 댐건설 논리를 정당화하기 위해'숫자의 마술'을 이용한다. 영주댐을 살펴보자. 설계당시 영주댐 공사비가 8,400억원이고 이에 대한 비용대비 편익(B/C)이 1.015였는데, 최근 공사비가 8,700억원으로 증액돼 비용대비 편익이 0.98이 되어 경제성이 없어지게 됐다. 최근 완공된 12개의 댐에 대한 공사비 증액사례를 살펴보면, 평균 3배 이상 증가했다. 더구나 영주댐의 홍수조절편익은 0.2%이고 낙동강 중하류 수질개선편익이 86%에 이른다. 환경영향평가서에 따르면 댐건설 지역은 '가뭄피해는 없는 것으로 조사'되었고 홍수는 댐상류 지역에서 발생했다. 대구에서 부산에 이르는 낙동강 구간에 수질개선용수를 공급하는 것이 주목적이 된 셈이다. 하천수질 개선의 교과서적 방법은 댐에서 희석용수 공급이 아니라 오염물질 차단이다.
극한가뭄이 발생해도 산간과 도서지역을 제외하고 먹는 물 부족사태는 오지 않는다. 문제는 산간과 도서지역인데, 인구가 적기 때문에 많은 물이 필요하지 않다. 노후관로 개선, 지하수개발, 물수요관리 등과 같은 지역맞춤형으로 해결할 수 있다. 정부는 과학기술이란 도구를 바탕으로 댐건설이 최상의 정책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우리사회에서 과학기술이 실제현상을 거울처럼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을 또 다시 확인할 수 있다.
박창근 관동대 토목공학과 교수
● 찬성/ 수자원정책, 광역서 지역 맞춤형으로 기후변화 고려한 패러다임 변화 필요
물은 인간이 삶을 영위함에 있어 없어서는 안 될 필수적인 요소이며, 그 어떤 것으로도 대체할 수 없는 자원이다. 이러한 물이 원하는 곳에 필요한 만큼 존재한다면 좋겠으나, 우리의 바람과는 달리 홍수와 가뭄이라는 두 가지 얼굴로 인류의 행복한 삶을 위협하고 있다. 더구나 최근 들어 기후변화로 인해 지구촌 곳곳에서 그동안 겪어 보지 못했던 대규모 홍수와 가뭄이 자주 발생하고 있으며 이로 인해 많은 인명과 재산 손실이 발생함은 물론, 기온상승에 따른 수질 악화까지 더해져 맑고 풍부한 물의 이용이 더욱 어려워지고 있다. 따라서 수자원을 얼마나 과학적이고 효율적으로 개발·이용·관리하느냐 하는 것은 모든 인류의 지속 가능한 발전과 삶의 질 향상에 핵심적인 요소가 될 것이다.
지난해 12월 28일 국토해양부는 2020년까지의 수자원정책 방향을 제시하는 '수자원장기종합계획'을 확정·발표했다. 이 계획에서는 장래 우리나라의 물 수급 상황에 대한 예측과 안전한 물 공급, 홍수방지 및 하천환경 보전·복원을 위한 정책방향을 제시하였을 뿐만 아니라 기후변화로 인한 우리나라 미래 수자원여건 변화에 대한 전망과 함께 급격히 성장하는 세계 물 관련 시장 진출확대 방안 등도 마련했다.
금번 수자원장기종합계획의 내용을 살펴보면, 우선 물 이용 부문에서 과거와는 많은 변화가 있음을 알 수 있다. 그 동안 4대강 살리기 사업 및 다목적댐 건설 등을 통한 물 공급능력의 증가로 4대강 본류 등 대부분 지역에서 용수 부족이 해소될 전망이다. 여기에는 생활용수, 공업용수, 농업용수 등 사람들이 직접 사용하는 물뿐만 아니라 하천의 수질보전, 생태계보호 등 하천의 고유한 기능을 보전하기 위한 하천유지 및 환경개선용수까지 포함된 다양한 물 수요를 충족시킬 수 있게 되었다는 것이다.
다만 지리적으로 4대강 본류와 멀리 떨어져 있는 도서 및 산간 등 일부 지역은 가뭄의 정도에 따라 물 부족이 발생할 것으로 전망되었는데, 5년에 한 번 정도 발생하는 가뭄 시에는 연간 약 1.6억 톤 물이 부족하고, 40년에 한번 발생하는 대규모 가뭄 시에는 4.6억 톤 물이 부족할 것으로 예측됐다.
이에 따라, 금번 수자원장기종합계획에서는 과거 대규모 다목적댐 건설을 통한 광역단위의 수자원개발에서 탈피해 지역적인 물 문제 해결을 위한 친환경 중소댐 건설, 공공지하수 개발, 해수담수화 등과 같은 맞춤형 수자원확보 계획을 제시함으로써 수자원 정책에 대한 패러다임의 변화를 보여주고 있다.
이 계획에서는 기후변화로 인한 우리나라의 미래 수자원에 대한 예측과 경고의 메시지를 함께 담고 있다. 기후변화 시나리오를 우리나라에 적용해본 결과, 장래(2060~2090년)에는 하루에 100mm이상의 집중호우 발생이 지금보다 2.7배 이상 증가하게 되고, 비가 적게 오는 가뭄기간도 현재보다 3.4배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수온의 상승으로 인해 조류 발생이 늘어나고 수질문제도 더욱 악화될 우려가 있는 것으로 예측되었다. 즉 기후변화로 인해 미래의 물 관리 여건은 현재 보다 더욱 어려워 질 것으로 보여지며 이는 태국의 대홍수와 러시아의 극한가뭄 등에서 보듯이 비단 우리나라만의 문제가 아니라 지구촌 모두가 함께 겪게 될 문제이다.
따라서 유엔을 비롯한 국제사회에서는 물 문제가 가장 중요한 이슈 중 하나로 다루어지고 있으며, 세계 각국은 앞으로의 물 문제에 대비하기 위한 연구와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또 세계 물 관련 시장은 2025년에는 약 1,000조원에 달할 전망이어서 국내 물 산업 해외진출 참여를 위한 정부 대책도 시급해 보인다. 따라서, 우리나라도 기후변화에 대비한 중장기적 안목의 접근이 필요하며, 기후변화에 잘 적응하기 위해서는 기존 수자원 시설의 개선과 물의 재활용 등을 통한 효율적 물 이용도 중요할 것이며, 이와 함께 필요한 경우엔 국지적으로 친환경적 중소규모 댐과 같은 신규 수자원확보시설도 차질 없이 준비해 나가야 할 것이다.
윤용남 고려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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