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양승태 대법원장 신년 기자 간담회/ "한미 FTA 법관 연구모임 설치 건의 수용"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양승태 대법원장 신년 기자 간담회/ "한미 FTA 법관 연구모임 설치 건의 수용"

입력
2012.01.03 11:34
0 0

양승태 대법원장이 한미자유무역협정(FTA)과 관련해 사법주권 침해 가능성을 제기하며 대법원 내에 연구모임을 설치하자는 일선 법관들의 건의를 수용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양 대법원장은 2일 서울 서초동 대법원 청사에서 신년 기자간담회를 갖고 "조약에 관여하기 위해서라기보다는 조약의 문제점을 연구해 보겠다는 취지인 것 같은데, 그런 장을 만들어줘야 한다"고 말했다. 지난달 9일 김하늘(사법연수원 22기) 인천지법 부장판사는 동료 판사 170여명의 동의를 받아 한미FTA 재협상 연구를 위한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달라는 건의문을 대법원에 공식 제출했다.

그러나 일선 판사들의 연명 건의문 제출이 법원 내 FTA 반대 집단행동으로 인식될 것을 우려해서인지 양 대법원장은 "가벼운 마음에서 잘 모르니까 연구해보자는 취지였는데 반 FTA로 극렬하게 정부 정책에 반대하는 것으로 본 모양"이라며 "100명이 넘는 판사들이 동조하니까 일반인에게는 충격적으로 이상하게 비칠 수 있다는 점을 돌아볼 여지는 있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양 대법원장은 취임 당시 '국민 속으로'를 선언하며 밝혔던 소통의 의지를 재차 강조했다. "하루 아침에 국민 속으로 들어갈 수는 없고, 진정으로 소통하자는 취지의 장기 계획을 세워 2월 법원장 인사 이후 본격 시행할 것"이라고 그는 말했다. 이를 위해 대법원 산하 법원행정처 중심의 하향식이 아니라, 각급 법원장을 중심으로 일선 법원에서 자유롭게 아이디어를 모아 국민과 소통하겠다고 설명했다. 그는 특히 "법관들이 재판과 대법원의 정책을 분리해서 '재판 따로, 소통 따로'라고 생각했다면 이제 인식을 전환해 '재판이 곧 소통'이라고 생각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양 대법원장은 "자유로운 분위기에서 법관을 만나고 싶다""기회가 되면 누구라도 만나 얘기하겠다"며 스스로 법관들과의 소통에 나서겠다는 의지를 표명했다. 그는 특히 최근 페이스북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게시글로 파문을 일으킨 일부 판사들 역시 그 대상에서 예외가 아니라고 밝혔다.

이와 관련, 양 대법원장은 이날 오전 시무식에서 법관들에게 '시류에 휩쓸리지 말라'고 당부한 것은 "한때 흘러가는 유행병 같은 흐름에 휩쓸리지 말라는 원론적인 의미였다"며 "(시류가 SNS인지는) 각자가 판단할 문제"라고 부연하기도 했다.

양 대법원장은 우리 소송절차의 우수성을 국민들이 알아줬으면 하는 바람도 내비쳤다. 그는 "최근 월드뱅크에서 실시한 기업환경평가 항목 중 상사분쟁 소송절차 부문에서 한국이 전세계 183개국 중 룩셈부르크에 이어 2위를 차지했다"며 "효율성, 투명성, 시간, 비용 등에서 우리 소송절차가 다른 나라보다 훨씬 뛰어나다는 것인데 정작 우리만 잘 모르고 있다"고 아쉬워했다.

양 대법원장은 지난해 법원 제식구 감싸기 논란을 낳았던 선재성 부장판사 사건 관련 뒷얘기를 털어놓기도 했다. 알려진 것과 달리 1심 법원의 재판장이었던 김태업 광주지법 부장판사가 애초부터 검찰에 관할이전 신청을 검토하라고 권유했다는 것이다. 양 대법원장은 "(검찰의 뒤늦은 신청에) 2심에서 받아주면 1심이 잘못했다는 걸 인정하는 꼴이니 안 된다는 의견도 있었지만, 개별 판사의 자존심보다는 항소심부터라도 오해가 없도록 해야 한다는 대국적인 판단에서 그렇게 (인용)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 날로 취임 100일을 맞은 양 대법원장은 원장직 수락 전에 망설였다던 느낌이 달라졌는가 하는 질문에 대해 "훨씬 더 문제가 많다는 걸 느끼고 있지만 이제는 돌이킬 수 없고 원활하게 해결할 수밖에 없다"고 토로하며 올해의 사자성어로 역지사지(易地思之)를 꼽았다. 법관이 재판을 받는 사람의 입장에서 원하는 법관의 모습을 생각하고 자신을 가다듬을 때, 국민이 비로소 사법부를 신뢰할 수 있을 것이라는 주문이다.

남상욱기자 thoth@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