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음악을 대표하는 작곡가의 작품이었음에도 자존심 강한 베를린필 악장이 연주를 제의할 정도니 대단히 성공적이었어요."
첼로 주자 여미혜(45)씨의 새해는 지난해 12월 18일 거둔 성과의 기억에서 출발한다. 베를린필하모닉오케스트라가 상주하는 베를린 필하모니 홀에서 베를린심포니오케스트라와의 협연이다. 곡목은 고도의 첼로 기교를 요하는 베토벤의 후기작'3중 협주곡'이었다.
6년 전 부산 연주회에서 브람스의 '이중 협주곡'으로 첫 협연한 차이콥스키 콩쿠르 우승자 아이만 무사크예바(바이올린), 구미 지역에서 1년에 80여 차례 콘서트를 갖는 마르코 시아보(피아노) 등 카자흐스탄, 이탈리아 중견급 연주자들과 가졌던 무대였다. '카라얀 서커스'라는 별명을 낳게 한 특유의 텐트형 지붕 아래 2,500석이 다 찼고 커튼 콜을 세 번 해야 했다.
"너무나 이질적인 배경의 사람들이 처음 만나 오전, 오후 한번씩 리허설 했을 뿐인데, 연주 도중 행복하다는 생각만 할 정도로 연주에만 몰입했어요."지금 이들은 또 다른 만남을 위해 스케줄을 조정 중이다.
한국 클래식 교육계 특유의 전형적인 경쟁 체계에서 자라난 그는 서울과 빈을 오가며 클래식 음악에 대한 지평을 넓히게 됐다. "한국은 즐기는 것보다 기교에 대한 강박이 심하죠."한국의 웃자란 교육열을 상징하는 '대입 프로젝트 공동체'라는 말은 클래식에서는 '콩쿨 지상주의'로 직역될 것이다. "요즘 아이들은 꿈이 없어요. 입시에 모든 것을 걸죠."그는 그래서 "대학보다 꿈을 향해 가라"고 기회 있을 때마다 강조하지만 한두 평 짜리 방에서 하루 10시간씩 연습하는 것이 전부인 양 착각하는 풍토는 여전하다고 말했다.
서울과 비엔나를 오가며 콘서트도 갖고 25명의 제자도 가르친다. "책도, 영화도 보고 시내도 가야 돼요. 자식이 연습만 하는 것 봐야 안심하는 한국 부모들이 실은 큰 문제예요."오죽하면 한국 음악도는 대학에 붙고 나면 몇 달이고 악기를 안 만지겠느냐는 것. 그들이 목말라 하는 이유를 아는 그는 자신에게 오는 학생이나마 숨통을 틔어 주려고 애쓴다. "여름과 겨울 방학 전 모두 함께 식사하는 자리를 만들어 인간적 유대를 쌓으려 합니다. 지난번에는 제자 40여명이 모여 서로 경험을 나눴어요."
3월부터는 서울종합예술학교의 연주 교수로 한 달에 한번씩 마스터클래스를 갖는다. "클래식 음악 교육도 국제화를 염두에 둬야 해요. 서울대에서 공부할 때는 영어 교육이 늘 아쉬웠죠." 여씨는 "나이 들면 젊은이들보다 손가락 돌아가는 속도는 떨어질지라도 깊이 있는 연주로 계속 무대에 서겠다"고 말했다.
장병욱 선임기자 aj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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