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성호(59) 우리투자증권 사장은 '1등'에 대한 집념이 강하다. 2일 신년사에서도 "종합 1등 금융투자회사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금융인 생활 33년 가운데 22년을 전문 경영인으로 살아오면서 황 사장에겐 경쟁자를 앞지르는 성과를 내야 하는 과제가 피할 수 없는 숙명이었을 게다. 그는 1989년 다이너스클럽카드 한국지사장을 시작으로 한화헝가리은행장, PCA투자신탁운용 사장 등을 거친 뒤 2009년 6월부터 우리투자증권을 이끌고 있다.
구랍 29일 서울 여의도동 우리투자증권 집무실에서 만난 황 사장은 약육강식 세계에서 단련된 사람답게 1등에 대한 소신이 분명했다. 그는 "1등 목표 설정은 성과 만능주의를 뜻하는 게 아니라 직원들이 각자의 비전을 설정하고 그것을 이루게끔 이끄는 촉매제"라고 말했다. 황 사장의 전략이 적중한 걸까. 현재 우리투자증권은 주요 평가분야 50개 가운데 기업공개, 회사채인수 등 25개에서 1등이다. 최근에는 한국형 헤지펀드를 출시한 9개 운용사 중 5개사와 투자은행 전담중개업자(프라임브로커ㆍPB) 서비스 제공계약을 체결하는 성과를 거뒀다.
올해는 이 성과를 바탕으로 국내 헤지펀드 시장을 선점한다는 계획이다. 황 사장은 "글로벌 재정위기 국면이고, 현재 헤지펀드 실적도 없는 상황이라 거액 자산가와 기관 자금 유치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면서도 "성과가 쌓이면 과거 주식형펀드와 자문형랩 이상의 인기를 얻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이를 위해 우리투자증권은 최근 헤지펀드 사업 본부를 신설하고 신생 헤지펀드에 종잣돈(초기 투자자금)을 제공하는 등 공격적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기업차원에서 이런 공격적 투자 자세와는 대조적으로 소액 투자자들에게는 "힘들여 번 돈을 헛된 '대박' 꿈을 좇다 손해보지 말고 철저히 분산 투자하라"고 조언했다. 그는 "투자란 반드시 위험성을 내포하므로 상품 종류와 투자 시기, 금액 등을 모두 분산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이런 전략과 맞아떨어지는 상품으로 '우리 스마트 인베스터'가 있다"며 상품 홍보도 잊지 않았다. 이 상품은 작년 9월 황사장이 직접 '1호 고객'으로 가입할 정도로 애정을 기울인 작품으로 코스피200지수를 추종하는 지수형 상장지수펀드(ETF)에 투자해 수익을 얻는 게 특징이다. 지수 변동폭을 기준으로 내릴 때는 더 사고 오를 때는 덜 사는 방법으로 매입단가 평균화 효과를 극대화시키는 전략을 쓰는데 구랍 27일 기준으로 황 사장은 2.6%의 수익률을 거뒀다. 같은 기간 코스피가 2.0% 떨어졌으니 선방한 셈이다.
황 사장은 금융권 탐욕을 질타하는 시선에 대해서 "저축은행 사태 등으로 금융권의 신뢰가 낮아진 건 사실이지만 한국 금융산업은 성숙하기도 전에 금융규제 바람을 타고 있다"며 반박했다. 이어 "금융회사가 개인 돈과 국부의 관리자로서 제 역할을 할 수 있게끔 자율적 환경을 만들어주어야 한다"고 주문했다.
정리= 강아름기자 saram@hk.co.kr
대담= 고재학 경제부장 goindo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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