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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은영의 詩로 여는 아침] 첫사랑'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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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은영의 詩로 여는 아침] 첫사랑'들'

입력
2012.01.03 1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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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정

나의 예지는 혼돈만큼이나 경멸당한다 …… 나는 심술궂은 광인이 되기를 기다린다 -A. 랭보, 「삶」에서

1 내 어둠은 피 흘리는 꽃밭 죽음 너머에서 들여다본 불빛의 고요 증발한 벌들의 이명(耳鳴)을 좇으며 혈관 속에 갇힌 바다를 흘려보낸다 몸 안의 빛들이 허공과 충돌한다 기어코 정신을 놓아버릴 적기(適期)에 놓였다 눈먼 자의 기억 속엔 총천연색 비늘들이 반짝인다 사랑이 깊었던 물고기들 지난날의 천체를 깨물고 물속 깊숙이 하강한다 죽은 여인들이 물 밑바닥에서 뻐끔뻐끔 숨을 쉰다 그렇군! 꽃은 그녀 '들'의 거짓말. 그녀 '들'은 세계의 천진한 실수 더 세게 밟아주세요 더 크게 모욕당하고 싶어요 나는 다시 참한 아이의 꿈을 되풀이한다

● 불꽃과 열정으로만 만들어진 영혼이 따로 있나 봅니다. 저는 첫사랑에게 눈 맞추고 말을 건네는 것도 힘들었거든요. 일 없이 복도를 지나며 교실 유리창 너머로, 앉아있는 그 애의 뒤통수를 재빠르게 쳐다보곤 했어요. 부끄러움 때문에 아주 새파랗지도 못하고 물가에서 도망치듯 달아나는 푸르스름한 하늘빛 같은 기분? 그런데 시인은 첫사랑부터 붉습니다. 기억은 바닷속 깊은 곳에 고인 피의 웅덩이처럼 흘러가지 않고요. 그녀들을 꽃처럼 사뿐히 즈려밟고 갈 수 있을 거라 장담했는데 전혀 아니었군요. 시간의 긴 장화를 신고서도 당신은 번번이 젖고 맙니다. 그래도 많이 부러워요. 첫사랑부터 모든 첫사랑'들'에 이르기까지 정신을 놓아버릴 줄 아는 용감한 시인님.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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