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이 바람직하지 않은 행동과 태도를 보일 때 교사와 학부모는 따끔한 지적을 한다. 그러나 잘못 지적하면 변화는커녕 아이들의 자신감을 떨어뜨리거나 심각한 마음의 상처를 남겨 관계를 단절시킨다. 관계를 유지하면서도 아이들이 받아들일 수 있도록 지적하는 요령을 살펴보자.
# 수업시간 아이들은 모둠별로 4절지에 함께 그림을 그리고, 평소 쓰던 크레파스 대신 파스텔로 색칠을 한다. 초등학교 2학년이라 파스텔 사용법을 모를 것 같아 물었는데, '사용해 봤다'는 씩씩한 대답에 바로 시작. 모둠별로 돌아다니던 교사는 크레파스를 사용하듯 파스텔을 꽉꽉 눌러서 진하게 색칠하는 영희를 발견했다.
교사: 어머, 영희야! 파스텔로 그렇게 색칠하면 어떡하니?
영희: (열심히 색칠하던 손 움직임이 멈춘다) ….
교사: 이것 봐. 온 종이가 파스텔가루투성이가 됐네.
영희: (풀 죽은 목소리로) 쟤들도 그랬어요.
친구들: 내가 언제? 나는 안 했거든! 너 때문에 다 망쳤잖아.
교사: 일단 휴지로 파스텔가루 좀 닦자. 너희들 파스텔 안 써봤어?
직접 시범을 보이며 파스텔 사용법을 설명했지만, 영희는 듣지 않고 반항하듯 아무렇게나 색칠을 하기 시작한다.
친구들: 영희가 자꾸 그림을 망쳐요. 자기 책상이라고 색칠도 못하게 해요.
선생님: (약간 화가 난 투로) 영희야 왜 그래? 모둠끼리 같이 하는 활동인데 친구들과 함께 해야지. 지금까지 계속 이렇게 엉망으로 하고 있었던 거야? 영희, 잠깐 나와라. 지금부터 5분 동안 생각하는 의자에 앉아 네가 무엇을 잘못했는지 한번 생각해 보렴.
통 선생 코멘트
교사는 파스텔을 잘못 사용하는 영희의 행동을 멈추고, 바르게 사용하도록 지적을 했다. 그러나 결과는 예상과 달랐다. 영희는 오히려 더 엇나가게 행동했으며 결국 모둠활동은 중단됐다. 지적을 한 교사 또한 학생의 불응에 기분이 상한 나머지 신경질적으로 반응했고, 이는 수업 전체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친다. 또 영희와의 관계가 손상되어 영희에 대한 교사의 영향력이 줄고, 교사에 대한 영희의 거부감도 늘어 앞으로의 생활지도에 큰 걸림돌이 될 수 있다.
왜 이렇게 됐을까? 비난으로 들리기 쉬운 교사의 지적 방법 때문이다. '영희야! 파스텔로 그렇게 색칠하면 어떡하니?'는 '네가 문제야!' '네가 잘못했어' 라고 상대를 탓하고 비난하는 느낌을 주기 쉽다. 이를 '너-표현법'이라고 한다.
이렇게 해보세요!
지적을 잘 받아들이게 하려면 '나-표현법'을 사용하는 것이 좋다. 나-표현법은 ①'나는'으로 시작해서 ②변화시키고 싶은 상대의 구체적인 행동을 묘사하고 ③그 행동을 보는 나의 기분과 ④그 기분이 든 이유를 담아 표현하는 게 핵심이다. '나-표현법'을 사용해서 지적할 때는 태도 또한 중요하다. 행동은 상대가 했지만, 그걸 보고 생긴 기분은 나의 책임임을 분명히 하는 것이다. 나의 기분과 그 이유를 상대에게 알려서 '내 불편한 심정을 알아달라'는 태도가 필요하다. 그 행동을 고칠지 여부는 상대방의 권리이다. 위 사례를 '나-표현법'으로 바꿔보면 다음과 같다.
교사: ①나는 ②네가 파스텔을 꾹 눌러서 선을 긋듯이 사용하는 걸 보고 ③살짝 놀랐단다. ④왜냐하면 내 보기에 너는 파스텔 사용법을 잘 몰라서 크레파스처럼 사용하는 것 같거든.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