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폭력으로 투신자살한 대구 중학생 A(13)군 사건으로 구속된 가해 학생 B(14), C(14)군에 대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이 열리기 하루 전날인 지난달 30일 오후, C군의 부모가 할머니와 함께 A군의 집을 찾았다.
두 학생의 가족들이 만난 것은 A군 삼우제가 열린 지난달 24일 집 앞에서 마주친 후 1주일 만이었다. 당시 C군의 부모는 "바쁘고, 아직 만날 때가 아니다"는 A군 가족의 말에 "죄송합니다"라는 말만 하고 발길을 돌렸다.
불안한 표정으로 A군 아파트 현관으로 들어선 C군 가족들은 고개를 조아리며 연신 "죄송합니다" "잘못했습니다. 우리 애가 그러는 줄 몰랐습니다"라는 말을 반복했다. A군의 어머니는 "드릴 말이 없습니다"라며 "죄 지은 만큼 벌을 받고, 나와서 우리 아이 몫만큼 사회에 봉사하고 살았으면 합니다"라고만 답했다. 5분가량의 짧은 만남은 그렇게 끝이 났다.
B, C군에 대한 구속영장이 발부돼 두 학생이 대구 수성경찰서 유치장에 입감된 지난달 31일 오후 5시쯤, 이번에는 B군 부모가 A군의 집을 찾았다.
이들도 "죄송합니다. 아들을 용서해 주십시오"라고 했다. A군의 부모는 다른 급한 일이 있다며 "할 말이 없다"는 말만 하고 고개를 돌렸다.
2일 기자에게 두 학생 가족들과의 짧은 만남에 대해 전한 A군의 어머니 임모(47)씨는 "잘못을 저지르면 누군가 반드시 책임을 져야 한다"며 "이번과 같은 일의 재발 방지를 위해 가해자과 부모, 학교를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낼 계획"이라고 말했다.
"왜 우리나라에서는 (학교폭력) 피해자가 도망을 가야 합니까. 왜 (가해자가 아닌) 피해자가 전학 가고 이사 가면서, 평생을 괴로워해야 합니까." 절규하던 임씨는 "다른 학교폭력 피해자 가족들도 가만 있지 말고 적극적으로 대처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임씨는 또 A군이 왕따를 당했다, A군이 덩치가 크다, A군 자살은 부모 책임이라는 웹툰, 가해자들을 용서하려고 기도한다는 등 사건 이후 언론을 통해 알려진 내용은 사실과 다르다고 적극적으로 해명했다. 그는 "가해자들은 키가 170㎝가 넘지만 우리 애는 통통해도 160㎝도 채 안 되고, 우리는 아직 가해자들을 용서할 생각이 없기 때문에 언젠가 용서할 마음이 생기도록 해달라고 기도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임씨는 "어떻게 우리 아이의 죽음이 부모의 책임이라는 만화를 실을 수 있는가"라며 일부 언론의 무책임한 행태를 강하게 비난했다.
대구=정광진기자 kjcheong@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