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과 대선이 잇따라 치러지는 선거의 해인 임진년에 대학교수들이 꼽은 사자성어로 정의(正義)가 바로 서길 기원하는 마음을 담은 '파사현정(破邪顯正)'이 선정됐다. '그릇된 것을 깨뜨려 없애고 바른 것을 드러낸다'는 의미로 거짓과 탐욕, 부정이 판치는 세상을 바로잡으려는 실천의 의지가 담겨있는 말이다. 옳고 그름을 분별할 줄 알아야 한다는 뜻이기도 하다.
2일 교수신문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7일부터 16일까지 전국 대학 교수 281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전체의 32.4%가 새해 희망의 사자성어로 파사현정을 꼽았다. 부처의 가르침에 어긋나는 생각을 버리고 올바른 도리를 따른다는 뜻의 불교 교리에서 유래한 말로, 유학에서는 '척사위정(斥邪衛正)'이 비슷한 의미로 쓰인다.
교수들은 고위공직자 인사 비리, 부자감세, 4대강 사업 일방 추진, 한미 FTA 강행 등을 현 정부의 대표적인 실정으로 꼽았다. 정요근 덕성여대 사학과 교수는 "지난 4년은 공익을 추구하기보다 가진 자들의 사익을 위한 시간이었다"고 꼬집었다. 파사현정을 추천한 김교빈 호서대 동양철학과 교수는 "함석헌 선생이 말한 '생각하는 백성'은 옳고 그름을 따질 줄 안다. 우리 국민들이 올해 선거에서 편법과 꼼수가 아닌 상식과 정도를 걷는 인물에 투표해 사회정의를 세우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파사현정에 이어 '생명을 살리는 즐거움'이란 뜻으로 조선 세종이 추구했던 좋은 나라, 살맛 나는 세상의 조건인 '생생지락(生生之樂)'이 27%의 지지를 얻어 2위에 올랐다. 서경(書經)에 나오는 말로 중국 고대 상나라의 군주 반경이 "너희 만인들로 하여금 생업에 종사하며 즐겁게 살아가게 만들지 않으면 내가 죽어서 꾸짖음을 들을 것이다"고 말한 데서 유래했다.
또 '어질고 유능한 인물을 선택해 서로 전하였다'는 뜻의 '선현여능(選賢與能)'이20.6%, '훌륭한 지도자가 있으면 훌륭한 정치가 이뤄진다'는 뜻의 '인존정거(人存政擧)'가 10.3%의 지지를 얻는 등 선거를 염두에 둔 사자성어들이 뒤를 이었다.
강윤주기자 kka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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