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에도 '분석'이란 용어를 떼지 못했군요."
한국은행이 단행한 조직개편을 놓고 한은 내부에서 흘러나온 푸념이다. 금융안정 기능을 추가한 한국은행법 개정에 따라 신설된 '거시건전성분석국'의 명칭을 두고 하는 얘기다.
한은은 2일 ▦거시건전성분석국 및 커뮤니케이션국 신설 ▦정책기획국과 금융시장국 통합 ▦관련 부서들로 구성된 협의회 설치 운용 등을 골자로 하는 조직 및 인력 운용 개편 방향을 내놓았다.
조직 개편에서 가장 관심을 모았던 것은 한은에 새롭게 부여된 금융안정 기능을 수행하게 될 부서. 초안에는 '거시건전국'이라는 명칭이었지만, 최종안에서는 '거시건전성분석국'이란 애매모호한 긴 이름으로 바뀌었다. 별 차이가 없는 듯 하지만, 여기엔 정부와 금융당국의 직간접적인 영향력 행사가 있었다는 후문이다. 한은 고위 관계자는 "한은이 거시건전성 전반을 책임지는 듯한 명칭의 부서가 존재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게 정부와 금융당국의 입장이었다"며 "부서 명칭에 분석이라는 단어를 넣어 기능을 제한함으로써 금융당국에 대한 영역 침범을 견제하고자 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를 두고 한은 금융통화위원들 사이에서도 논란이 있었지만, 정부와의 갈등으로 비춰지는 것을 피하기 위해 수정안을 수용키로 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은이 부서 명칭을 양보한 것은 이번 만이 아니다. 거시건전성분석국의 전신인 금융안정분석국이 신설된 2005년의 경우에도 사정은 비슷했다. 당초 한은은 '금융안정국'이라는 명칭을 주장했으나, 당시에도 금융당국 등의 반대로 '분석'이라는 용어를 추가해야 했다. "한은은 단지 분석만 할 수 있다"고 족쇄를 채운 것이다.
이영태기자 yt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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