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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노숙인 저축왕 70인 발표/ "100만원 벌면 85만원 저축하고 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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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노숙인 저축왕 70인 발표/ "100만원 벌면 85만원 저축하고 삽니다"

입력
2012.01.02 13: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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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밖에 나가 일을 하니 잡념이 없어지고 희망이 보여요. 비슷한 처지의 사람들과 얘기를 나누는 것만도 큰 힘이 되요."

한 때 사업 실패를 비관해 한강에 투신 자살을 기도했던 송모(53)씨는 변화한 자신에 스스로 놀랐다며 이렇게 말했다. 송씨는 서울시가 2일 발표한 노숙인 저축왕 70인 가운데 한 명으로 꼽혀 상을 받게 됐다. 무엇이 그의 삶을 바꾸어 놓았을까.

송씨는 서울시 공공근로와 막일로 버는 월 100만여 원의 수입 중 85만원을 저축하고 있다. 나머지는 빚을 갚는 데 쓴다. 현재까지 모인 돈은 800만여 원.

"그 때 너무 세상 모르고, 다 내 것처럼 생각하고 살다가 방황했죠. 여기서 아침에 나갔다 저녁에 오며 일을 하니까 시간도 빨리 가고 잡생각이 머리에 안 들어와요."

송씨가 마음을 다잡기까지는 적지 않은 시간이 걸렸다. 그는 1996년부터 아버지로부터 물려받은 제조업체를 운영하다 외환위기 직후 값 싼 중국산에 밀려들면서 2004년 부도를 냈다. 이후 모든 것이 망가지기 시작했다.

회사에서 대출받은 돈 때문에 신용불량자가 돼 어떤 회사에서도 송씨를 받아주지 않았다. 집을 담보로 주식에 투자했다 오히려 더 큰 돈을 날리게 됐다. 집을 처분하고 방 두 칸 월세로 이주한 뒤에는 가장의 자리를 제대로 지키지 못했다는 자책감에 괴로웠다.

그는 "우울증에 걸려 밖에 안 나가고 집에서 술을 마시며 신세한탄만 했다"며 당시를 회상했다. 결국 송씨는 2008년 12월 더 이상 희망이 없다고 생각하고 모든 것을 체념하고 한강에 몸을 던졌다. 하지만 행인의 신고를 받고 출동한 119구급대에 극적으로 구조됐다.

송씨는 "가족들에게 또 다시 짐이 돼 돌아왔는데도 '아이들 생각은 안 했냐, 아무리 힘들어도 우리는 가족이니 다시 힘을 합쳐 시작해보자'고 감싸줬던 아내 덕분에 마음을 다잡았다"고 말했다.

일은 그에게 용기를 줬다. 송씨는 2009년 공공근로를 시작하며 서울역 노숙자 보호센터에서 기거하며 숙식비용을 아껴 저축을 시작했다. 이후 구세군 서대문 사랑방의 도움을 받아 공공근로를 하고 막일을 하며 번 돈으로 저축을 하고 빚을 갚아 나갔다.

송씨는 "나 같은 아픔을 겪은 사람들과 서로 위로해주고 배려하며 살아갈 용기를 얻는다"며 "노력하니 살길이 보였다"고 말했다.

송씨의 새해 소망을 묻자 "빚과 압류에 쫓겨 아내와 합의 이혼했는데 열심히 일해 빚을 다 털고 나면 임대아파트라도 얻어 가족들과 모여 사는 것"이라고 했다.

노숙인 저축왕의 기구한 사연은 이뿐만이 아니다. 정모(54)씨는 액세서리 공장을 운영하다 2008년 협력업체의 연이은 부도로 파산을 맞았다. 이후 체중이 80㎏에서 60㎏으로 줄 정도로 맘 고생을 하며 노숙생활을 전전했다. 그러다 2009년 5월부터 한 민간단체의 도움을 받아 공공근로를 시작했고, 이후 임대주택에 입주했다. 정씨는 2년여의 노동 끝에 통장에 1,500만여 원을 모았다.

젊은 나이에 남편과 딸을 잃은 뒤 알코올 중독과 섭식장애 등으로 노숙생활을 한 박모(47ㆍ여)씨는 한 쉼터에서 일을 소개받아 재활한 경우다. 박씨는 여성 노숙인 대상 도시락 무료급식소에서 일해 1년여 만에 460만여 원을 벌었고, 이 가운데 276만여 원을 저축했다.

서울시는 노숙인 저축왕에 선발된 70명 중 수입의 90%를 저축하는 상위 7명에게 상장을 주기로 했다. 70명 전원은 3월 약정할 희망플러스통장 가입자로 추천된다. 이 가운데 일부는 내년 저축의 날 표창 대상자로 추천될 예정이다.

김청환기자 ch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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