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은 2일 신년 국정연설의 말미에 "지난 한 해를 돌아보면서 국민 여러분께 송구스럽다는 말씀을 드리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구체적 이유를 밝히지 않아 국민들의 삶이 팍팍해진 데 대한 미안함인지, 측근과 친인척 비리, 또 자신과 아들이 관련된 내곡동사저 문제에 대한 사과인지 불분명했다. 다만 "저 자신과 주변을 되돌아보고 잘못된 점은 바로잡고 보다 엄격하게 관리하겠다"고 밝힌 것으로 미루어 일단 주변 관리를 제대로 하지 못한 데 대한 완곡한 사과로 이해된다. 좀더 적극적으로 연설 초반에 잘못된 점을 적시하고 개선 의지를 밝혔더라면 국민들의 마음에 훨씬 더 진정성 있게 다가갔을 것이라는 아쉬움이 든다.
이 대통령이 송구함을 피력한 데 이어 "더욱 낮은 자세로 국민의 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더 열심히 민생을 챙기겠다"고 각오를 다진 것은 당연하면서도 적절한 일이다. 임기 한 해를 남기고 거창한 목표를 내걸거나 논란을 빚을 제안을 하지 않고 '낮은 자세와 민생'을 강조한 것은 시세를 제대로 파악했다고 볼 수 있다. 지난 4년의 아쉬움, 정권 재창출에 대한 욕심 등으로 임기 말 대통령이 과한 행보를 보일 경우 감당할 수 없는 혼돈과 후유증이 초래될 수 있다.
경제분야 국정목표를 서민생활 안정으로 잡고 구체적 실천과제로 물가 3%대 억제를 비롯 임대주택 공급을 통한 전ㆍ월세가격 안정, 대학생용 임대주택 1만호 공급, 중소기업 일자리 확충 등을 제시한 것도 안정 기조의 맥락이라 할 수 있다.
문제는 실천이다. 4월 총선과 12월 대선이 치러지는 과정에서 이 대통령과 정부가 초연하게 국정을 이끌고 민생에 전력을 다하기는 무척 어려울 것이다. 한나라당은 이 대통령과의 차별화를 시도하고 민주통합당 등 야당은 청문회, 국정조사 등 파상공세를 취할 것이다. 감정적 정치적으로 휘둘리기 쉬운 상황이다. 하지만 지난 네 번의 대선을 통해 얻은 교훈은 임기 말 대통령의 최적 행보는 중립적 선거관리와 민생 챙기기라는 사실이다. 국정연설에서 다짐한대로 낮은 자세로 민생을 챙기는데 흔들림이 없기를 바란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