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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제기 기자의 Cine Mania] 최고의 낭보 기대되는 세 감독의 '칸 대전'

입력
2012.01.02 1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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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열하다. 세 감독의 속내를 속속들이 알 순 없지만 은근히 신경이 쓰일 만도 하다. 세계 최고의 영화제 경쟁부문 진출작이 발표되는 4월까지는, 그리고 그 영화제가 열리는 5월까지는 세 감독의 신경전이 끝나지 않을 듯하다.

올해 칸국제영화제를 노리는 국내 영화들이 조금씩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홍상수 감독과 박찬욱 감독, 임상수 감독이 칸으로 향하는 비좁은 길목에서 경쟁을 벌이는 모양새다.

지난해 여름 일찌감치 촬영을 마친 홍 감독의 '다른 나라에서'가 먼저 물망에 오르고 있다. 경쟁부문에 두 차례나 진출했고, 2010년 '하하하'로 주목할 만한 시선 부문 대상을 차지한 홍 감독은 칸의 단골 손님이다.

'다른 나라에서'는 프랑스 여배우 이사벨 위페르가 주연을 맡았다. 칸영화제와 베를린영화제, 베니스영화제에서 네 번이나 최우수여자배우상을 받았고, 칸영화제 심사위원장까지 지낸 세기의 명배우다. 홍 감독에게 어느 때보다 힘이 실릴 수밖에.

박 감독은 할리우드 진출작 '스토커'로 칸의 문을 두드린다. 할리우드 스타 니콜 키드먼과 샛별 미와 와시코우스카가 출연한다. '스토커'는 '프리즌 브레이크' 시리즈의 스타 웬트워스 밀러의 시나리오를 토대로 만든 영화다. 할리우드 스튜디오 20세기 폭스가 투자배급하는 영화이니 든든한 후원군까지 거느린 셈이다. '올드 보이'와 '박쥐'로 칸영화제 수상을 한 박 감독은 칸이 사랑하고, 칸이 성장시킨 감독이다. 20세기 폭스의 국내 관계자는 "'스토커'는 어떤 형식으로든 칸을 가게 될 것"이라고 단언한다.

임상수 감독의 '돈의 맛'도 칸에 도전한다. 2010년 '하녀'로 경쟁부문에 첫 출사표를 냈던 임 감독은 프랑스가 사랑하는 몇 안 되는 한국감독이다. 제작사는 칸영화제 진출을 마케팅에 적극 활용하기 위해 모든 제작 일정을 칸영화제에 맞추고 있다.

2010년 '시'가 기대와 달리 칸영화제 최우수각본상 수상에 그치자 주연배우 윤정희는 눈가를 손으로 훔쳤다. 칸영화제 대상인 황금종려상 수상의 의미를 너무나 잘 아는 프랑스 거주자의 눈물은 진한 아쉬움으로 전해졌다. 올해 세 감독의 경쟁이 한국영화계 최고의 낭보로 이어지길 기대한다.

덧붙여 '하녀'와 '하하하'로 2010년 칸을 처음 찾았고 해외 언론으로부터 "영화를 지배한다"는 상찬을 받았던 여배우에게도 행운이 있기를…. 그는 '다른 나라에서'와 '돈의 맛'에 동시에 출연하고 있다. 이 정도면 준비된 칸의 여왕으로 불러도 되지 않을까.

라제기 기자 wender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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